[대전/충남]대전 충남도청 80년만에 이전… 내포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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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9일 03시 00분


공주서 가져온 대형철제금고도 이사
안희정 지사 “서해안시대 여는 새로운 도전 시작”

충남도청의 산증인과 같은 대형 철제금고. 충남도는 공주에서 대전으로 도청을 이전할 때 가져온 이 금고를 내포신도시 신청사로 옮겨가 역사 전시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충남도 제공
충남도청의 산증인과 같은 대형 철제금고. 충남도는 공주에서 대전으로 도청을 이전할 때 가져온 이 금고를 내포신도시 신청사로 옮겨가 역사 전시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충남도 제공
‘80년 동안 따듯이 품어주신 대전시민 정(情), 마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18일 오전 8시 반 이렇게 적힌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대전 중구 선화동 충남도청 안으로 5t 트럭 17대가 속속 도착했다. 이날부터 28일까지 계속될 도청의 내포신도시(충남 홍성-예산) 이전을 위한 이삿짐 차량이다. 40분간 이삿짐을 옮겨 실은 정무부지사실과 소방안전본부가 선발대로 충남도청을 빠져 나와 내포신도시로 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정문에 나와 손을 흔들며 선발대 일행을 환송했다. 충남 공주에서 1932년 대전으로 이사한 충남도청의 ‘80년 만의 귀환’은 이렇게 시작됐다.

○ “이제 정말 이사 가나 봐요”

김돈곤 홍보담당관은 “정말 이사를 가기는 가는가 보다”라며 이제야 실감이 난다는 표정이었다. 도청 공무원들은 일손이 안 잡히는 모습이었다. 사무실에는 이삿짐 보따리가 가득했고 복도에는 이삿짐을 담을 박스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안 지사는 “대전을 떠나는 마음이 섭섭하지만 홍성 예산의 내포시대는 서해안시대, 환황해 아시아 경제권시대를 향하는 충남도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80년 전 공주에서 가져온 대형 철제금고도 신청사로 가져간다. 대전에서도 회계과에서 실제 돈과 귀중품을 보관하던 이 금고는 총무과 의전실에 쓰임새 없이 보관돼 왔다. 충남도는 내포신청사로 가져간 뒤 충남도 역사전시관이 세워지면 전시할 계획이다. 금고는 높이 118cm, 폭 70cm로 1920년대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철제 금고는 도청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으로 공주와 대전, 내포 3개 도청사를 지켜온 유일한 물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80년 전엔 야반도주하듯 떠나

도청 이전은 단순한 행정기관 이전을 넘어 정치경제 축의 이동을 의미한다. 충남도청 이전은 충남경찰청(내년 10월 이전)과 충남교육청(내년 3월 이전) 이전을 촉발했고 이들 기관을 포함해 전체 이전하는 기관 및 단체는 121개나 된다. 그 때문에 도청의 이전은 주민들의 희비를 불러온다.

현 충남도청이 있는 중구 선화동 상가번영회는 17일 안 지사를 찾아 “공주에서 이전해 온 뒤 대전 발전의 디딤돌이자 선화동의 큰 버팀목 역할을 했던 도청이 80년 역사를 뒤로하고 떠난다니 아쉬울 따름”이라며 “내포신도시에서 충남도민과 국민을 위한 도청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80년 전의 상황은 험악할 정도였다. 도청 이전을 반대하는 공주시민들의 분노로 충남도는 거의 야반도주하다시피 공주를 떠나야 했다. 공주시민들은 대전으로 가는 길목의 도로 곳곳을 파헤치거나 바윗돌을 올려놓아 도청 이삿짐을 수송하는 차량들이 수난을 겪었다. 변평섭 세종시 정무부시장이 펴낸 ‘실록 충남반세기’에는 당시 대전군청 공무원으로 이삿짐 나르기에 참여했던 임승우 씨의 증언이 나온다. “낮에 이삿짐을 나르면 공주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할 것으로 보고 야간을 이용했어요. 하지만 자꾸만 곳곳에서 통행 방해 사고가 발생하자 야간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주간으로 바꿨죠. 이삿짐 트럭에는 도청 직원과 경찰관이 1명씩 동승했어요. 그래도 길목에는 나뭇짐이나 돌무더기가 쌓여 도중에 내려 치워야 했죠.”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내포신도시 이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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