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표 800만” 황당 루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1일 03시 00분


文의 승복과 대조적으로 일부 누리꾼 “부정선거로 졌다” 불복

‘지금 무효표 처리된 게 800만 표라는 것 알고 있나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 돼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대인답게 선거 패배를 인정한 것과 대조적으로 일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부정선거가 자행됐다는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이승만 정부 당시 ‘3·15부정선거’에 비유하며 유엔의 개입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루머들은 대부분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충분히 거짓임이 확인될 정도로 허술하다. 먼저 트위터에 떠도는 ‘800만 무효표’ 논란을 보자. 이는 선관위가 19일 오후 11시 20분경 집계한 기권표 807만 표에서 나온 수치다. 투표장에 아예 가지 않은 사람과 투표함에 빈 투표지를 넣은 사람을 포함한 수치인데 이를 무효표로 잘못 알고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누리꾼들은 한 언론사가 보도한 사진을 근거로 ‘문 후보의 표가 (득표로 인정되지 않고) 미분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지는 사진에 나오지 않은 부분에 인주가 중복으로 묻는 등의 이유로 분류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미분류’에 포함됐을 것”이라며 “이런 미분류 표는 사무원이 눈으로 직접 검사해 유효 또는 무효를 판정한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언론사도 잘못된 기사를 내린 상태다.

의혹을 믿는 일부 누리꾼은 유엔 정치국의 트위터 공식계정(@UN_DPA)에 개입을 촉구하는 글을 보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유엔이 개입해 다시 공정선거를 한 적이 있다’는 글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를 ‘인지부조화’ 현상으로 분석했다. 낙선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자신의 믿음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이를 극복하고자 결과를 ‘부정’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이 옳다고 주장한 바가 있으면 다양한 정보 중 그것을 뒷받침한 정보만 찾거나 왜곡한다”며 “심하면 거짓 내용을 사실로 믿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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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김준일 기자 tigermask@donga.com
#무효표#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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