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박차고 들어온 방모 씨(47·여)가 “딸 친구와 연락을 해야 하는데 휴대전화가 잠겨 연락을 할 수 없다”며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방 씨의 딸(21)은 2시간 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가는 중이라고 연락이 왔지만 그때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
방 씨는 다른 전화로 딸에게 연락을 했지만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겁이 난 방 씨는 딸 친구들이라도 수소문하려 했지만 모두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었다. 방 씨의 휴대전화는 구형으로 # 버튼을 길게 누르면 비밀번호가 걸린다. 하지만 설정만 했지 평소 비밀번호를 사용하지 않아 잊어버린 것.
최근 발생한 흉악 범죄가 머리에 떠오른 방 씨는 무작정 가까운 지구대를 찾아 잠긴 휴대전화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대리점이 다 닫힌 상태라 비밀번호를 풀기 힘들다고 판단해 119에 위치추적을 요청했다. 방 씨의 딸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같은 날 오전 3시 5분경 홍익대 지하철역사 계단에서 술에 취해 잠든 채 발견됐다. 택시를 타고 가다 속이 불편하자 지하철을 이용하려고 내린 뒤 잠시 계단에 앉았다가 잠이 든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사용법에 익숙지 않은 어머니가 딸의 안부를 몰라 얼마나 속을 태웠겠느냐”고 말했다. 사용법이 복잡한 개인용 통신기기와 원시적 흉악 범죄가 공존하는 세상…딸을 데리러 가는 방 씨의 뒷모습이 한없이 지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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