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빠진 좌파교육감 연대… 혁신학교 확대 등 동력 잃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2일 03시 00분


■ 2년6개월 만에 ‘좌파 6인 체제’ 무너져


좌파 교육감 시대는 이렇게 사라지나…. 진보좌파 진영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선거에서 대통령과 서울시교육감 모두 보수우파가 당선되면서다. 2010년 6·2 지방선거 직후 6개 시도의 좌파 교육감을 내면서 환호했던 분위기가 2년 반 만에 가라앉은 셈.

우선 좌파 교육감 6인 체제가 깨진 데 대한 두려움이 크다. 수도 서울에서 이수호 후보가 패배한 게 가장 큰 문제. 교육계 관계자는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모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먼저 시작했지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시행한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제 뭘 해도 좌파 교육감들이 주목을 받긴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좌파 교육감끼리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거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 일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상징성이 큰 서울시교육감이 좌파 교육감 대열에서 빠지면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의 입지 역시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좌파 진영의 핵심 교육정책도 추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혁신학교는 확대가 어려울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혁신학교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바 없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이념 편향을 지적한 바 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전교조가 운영하는 혁신학교”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문 교육감은 현행 61개 혁신학교를 유지하겠지만 추가 지정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당선 전에 시교육청이 신청을 받아 둔 6개교의 지원도 철회할 계획.

41개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강원도교육청의 내년 상황은 밝지 못하다. 강원도의회가 최근 내년도 혁신학교 운영비(26억7600만 원) 중 25%를 삭감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내년부터 모든 초중고교를 혁신학교화하고 혁신유치원도 만들겠다고 했지만 혁신유치원 사업비(1억5305만 원)가 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서울 A혁신학교 관계자는 “예산 지원이 없어지면 교육 프로그램을 지금처럼 다양하게 운영하기 힘들다”고 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당선인은 학업성취도평가의 평가 대상과 과목을 줄이겠다고는 했지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다. 자율고는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면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가해사실 기재는 취지에 맞게 운영하면 된다고 본다.

당장 학생부에 가해사실 기재를 거부해 징계 대상에 오른 경기와 전북지역 교육청 간부들과 교장, 교감들은 우려하고 있다. B고 교장은 “징계 대상에 올라도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 틀렸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강해지는 추세다. 좌파 교육감이 있는 교육청의 홈페이지에는 20, 21일에 “참신한 후배에게 넘기고 사라져라” “곽노현 따라 가라” 등의 비난 글이 다수 올라왔다.

C고 교장은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걸 보며 나만 좌파 교육감에게 불만이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D고 교사는 “서울은 이제 정부 방침대로 할 텐데 5명만 반대한다고 소용이 있겠느냐. 이제 좌파 교육감이라는 말은 힘을 쓸 수 없을 것이다”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좌파교육감#진보좌파#교육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