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하자… 유령직원 만들어 체당금 12억 가로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2일 03시 00분


檢, 30대 사업주 구속기소… 공인노무사 가담여부 수사
불황형 국고 사기 크게 늘어

경기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실업급여나 체당금(替當金)을 허위로 수령하는 ‘생계 곤란 빙자 국고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실내건축 업체 대표 이모 씨(34)는 회사가 부도나자 체당금을 허위로 타내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자신이 고용했던 직원뿐만 아니라 지인이 관리하던 공사장 인부들을 자신이 고용한 것처럼 꾸미거나, 줘야 할 월급이 남아있는 것처럼 서류를 만들었다. 직원을 시켜 181명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 사본, 통장 등을 모은 뒤 A 노무사와 함께 임금 체불 명세서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이 씨는 이렇게 181명 명의로 나랏돈 12억3500만 원을 불법 수령했다. 1인당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780만 원을 타냈다. 이 씨는 받은 돈의 일부만 직원에게 건네고 나머지는 개인용도와 각종 경비로 사용했다. 이 씨의 불법 행각은 서울고용노동청의 심사에서 들통 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정회)는 총 12억 원을 허위로 받아낸 혐의(임금채권보장법 위반)로 이 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뿐 아니라 체당금을 허위로 신청한 업체가 여러 곳 확인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과 고용노동청은 국고 사기에 공인노무사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의 당사자인 A 노무사는 “부도난 회사로부터 받은 서류를 토대로 정부에 체당금을 신청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달에는 폐업한 공장에서 일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실업급여를 챙긴 부정수급자 46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브로커 최모 씨(58)는 폐업한 봉제공장 3곳의 사업주를 포섭하고 주부 등 46명을 모집해 공장에서 일한 것으로 꾸민 뒤 1인당 200만∼300만 원의 실업급여를 타냈다. 최 씨 등은 “폐업 전 수개월 동안 일했다”며 체당금까지 타내려고 시도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최 씨 등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체당금 불법수령은 업주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사기 수법”이라며 “집중 단속해 불법행위를 뿌리 뽑고 제도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체당금 ::

기업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예산으로 마련한 기금. 근로자가 회사 파산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퇴사한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임금 등을 체당금으로 지급해 준다. 체당금 제도는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처음 도입됐으며 임금채권보장법에 규정돼 있다.

장관석·장선희 기자 jks@donga.com
#유령직원#체당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