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실업급여나 체당금(替當金)을 허위로 수령하는 ‘생계 곤란 빙자 국고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실내건축 업체 대표 이모 씨(34)는 회사가 부도나자 체당금을 허위로 타내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자신이 고용했던 직원뿐만 아니라 지인이 관리하던 공사장 인부들을 자신이 고용한 것처럼 꾸미거나, 줘야 할 월급이 남아있는 것처럼 서류를 만들었다. 직원을 시켜 181명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 사본, 통장 등을 모은 뒤 A 노무사와 함께 임금 체불 명세서를 만들어 정부에 제출했다.
이 씨는 이렇게 181명 명의로 나랏돈 12억3500만 원을 불법 수령했다. 1인당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780만 원을 타냈다. 이 씨는 받은 돈의 일부만 직원에게 건네고 나머지는 개인용도와 각종 경비로 사용했다. 이 씨의 불법 행각은 서울고용노동청의 심사에서 들통 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정회)는 총 12억 원을 허위로 받아낸 혐의(임금채권보장법 위반)로 이 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뿐 아니라 체당금을 허위로 신청한 업체가 여러 곳 확인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과 고용노동청은 국고 사기에 공인노무사들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의 당사자인 A 노무사는 “부도난 회사로부터 받은 서류를 토대로 정부에 체당금을 신청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지난달에는 폐업한 공장에서 일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실업급여를 챙긴 부정수급자 46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브로커 최모 씨(58)는 폐업한 봉제공장 3곳의 사업주를 포섭하고 주부 등 46명을 모집해 공장에서 일한 것으로 꾸민 뒤 1인당 200만∼300만 원의 실업급여를 타냈다. 최 씨 등은 “폐업 전 수개월 동안 일했다”며 체당금까지 타내려고 시도했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최 씨 등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체당금 불법수령은 업주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사기 수법”이라며 “집중 단속해 불법행위를 뿌리 뽑고 제도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체당금 ::
기업 도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예산으로 마련한 기금. 근로자가 회사 파산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퇴사한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임금 등을 체당금으로 지급해 준다. 체당금 제도는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처음 도입됐으며 임금채권보장법에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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