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1억 원이 담긴 가방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모 씨(53)의 머릿속에선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동의 한 예식장 주차장에서 축의금 가방 두 개를 노리고 있었다. 혼주 고모 씨(58)가 가방을 차량 뒷좌석에 넣고 예식장 안으로 들어가자 한 씨는 미리 준비한 목장갑을 끼고 맥가이버 칼을 꺼내들었다. 그는 뒷좌석 문틈으로 칼을 밀어넣고 유리를 떼어 내는 수법으로 돈 가방을 챙겼다.
한 씨는 훔친 돈으로 마포구 합정동 전처의 집에 3000여만 원 상당의 가구 김치냉장고 드럼세탁기 태블릿PC 등을 장만해 줬다.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인 한 씨는 빚쟁이에게 시달리다 2008년 아내와 서류상 이혼한 상태였다. 4400여만 원은 고등학생 아들 명의의 통장으로 다시 주식에 투자했다. 축의금 1억 원 중 남은 돈은 1294만 원뿐.
서울 용산경찰서는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을 토대로 한 달여 동안 추적해 한 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한 씨의 집에서 부의금 봉투 10장이 추가로 발견돼 여죄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