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검증 안된 줄기세포… 日병원서 한국인들에 시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월 500명 환자에 투여… 교토선 2년전 한국인 사망
한국은 약사법으로 금지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의 한 병원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난치병 치료를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의 절박함과 국내외 줄기세포 시술 규제 차이가 이 같은 상황을 만들어 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후쿠오카 시 하카타(博多) 구에 있는 피부과 병원인 ‘신주쿠클리닉 하카타원’은 매월 500명 가까운 한국인에게 연구단계의 줄기세포를 투여하고 있다. 환자에게서 줄기세포를 떼어 내 병원에서 배양하고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당뇨병, 심장병, 류머티즘, 파킨슨병 등의 질환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이 병원은 한국 바이오벤처회사 ‘RNL바이오’ 등으로부터 한국인 환자를 소개받고 있다. RNL바이오는 환자 한 명당 1000만∼3000만 원을 받고 환자의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보관해 주면서 하카타의 병원에 환자를 소개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국인이 일본에까지 가서 시술을 받는 것은 한국에서 연구단계인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행위가 약사법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가 아직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못했고 의료기술로도 인정받지 못했다. 일본에는 이런 규제가 없다.

하카타원도 연구를 겸해 시술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하카타원의 에나미 히사오(가竝壽男) 의사는 “다른 치료법이 없어 줄기세포에 마지막 희망을 거는 환자도 있다”라며 “지금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장래에 일본인에게도 줄기세포를 투여하겠다”라고 말했다.

RNL바이오는 일본과 중국 등지의 병원과 제휴하거나 아예 병원을 세워 ‘의료관광’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줄기세포 시술은 미용분야에도 사용된다. 해외 RNL바이오의 제휴 병원에서 시술 받은 환자 중에는 한국의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줄기세포 치료가 아직 의료계에 공인된 시술법이 아니어서 사고 위험이 높으며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2010년 9월 RNL바이오의 협력병원인 일본 교토(京都) 베데스타클리닉에서 줄기세포치료제를 투여 받은 임모 씨(73)가 폐동맥 색전증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이 환자는 RNL바이오와 1년의 메디컬투어 계약을 하고 일본에 건너가 시술을 받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약사법#줄기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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