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겨울이 심상찮다. 1월 중순에나 오던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가 벌써부터 잦아지고 있다. 내년 1월에는 더 강력한 추위가 닥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혹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4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3.6도. 평년(영하 3.9도)보다 9.7도나 낮았다. 경북 의성 영하 19.2도, 경남 거창 영하 15.8도, 전북 고창 영하 11.3도, 전남 순천 영하 10.8도 등 전국 10개 지점에서 12월 아침 최저기온 신기록을 경신했다. 역대 2∼5위 기록을 세운 곳도 15곳이나 됐다.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제주 서귀포도 23일 영하 0.8도에 이어 이날 영하 0.4도를 기록했다.
이날 한강의 첫 결빙이 관측됐다. 지난겨울(올해 1월 14일)보다 21일, 평년보다 20일이나 빠르다. 12월 중 한강의 결빙은 1980년 이후 이번까지 네 차례에 불과하다. 한강 결빙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두 번째∼네 번째 교각 사이 상류 100m 부근의 ‘감시구역’이 얼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
한파는 당분간 계속된다. 성탄절인 25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7도로 약간 올라가지만 오후부터 또 추워지면서 낮기온이 영하 6도에 머문다. 밤새 눈이 내린 곳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예상되지만 곳곳에 빙판길이 우려된다. 26일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3도까지 다시 곤두박질친다. 28일 전국에 비나 눈이 오면서 29일까지 잠시 평년기온을 회복하겠지만 30일부터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가 중부권에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걱정은 내년 1월이다. 기상청은 올겨울 추위가 다음 달 초순 절정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은 평년(영하 5도∼영상 4도)보다 낮고 눈도 많이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중순에도 기온 변화가 클 것으로 추위가 주기적으로 찾아올 것으로 예측됐다. 추위는 2월에 다소 주춤하겠지만 지역에 따라 눈이 많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올겨울 한파는 찬 기운의 시베리아 고기압이 예년보다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베리아를 비롯해 중국 및 몽골 대부분이 눈으로 덮이는 등 평년에 비해 눈 쌓인 면적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햇빛 반사량이 늘고 그만큼 지표온도가 올라가지 못했다. 올해 8월 북극의 해빙(海氷·바다얼음)이 역사상 가장 많이 녹았던 것도 이번 한파의 원인이다. 얼음이 녹으면 바다의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된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관은 “한두 가지 원인만 있어도 추운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한파가 강해졌다”며 “다만 제트기류 약화의 영향이 컸던 지난겨울과 달리 강추위가 오래가지 않고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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