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훈진씨… 얼굴도 모르는 동갑내기에 신장 나눠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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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곁에 있는 천사들
내일 수술대에… “성탄 선물하는 기분 최고”

24일 오후 류훈진 씨(46·사진)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수속을 마쳤다. 밝은 목소리였다. 그는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금식한 뒤 26일 오전 8시에 얼굴도 모르는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른다.

“크리스마스 선물 드리는 기분으로 장기 기증을 실천하게 돼서 좋아요.”

류 씨는 “빨리 수술 일정을 잡자고 내가 보챘는데 마침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가장 빠른 날이었다”며 “크리스마스를 더욱 기쁘게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신장 기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산악회에서 우연히 알게 된 만성신부전 환자 때문이었다. “본인이 건강해야 신장을 기증 받을 수 있다며 일요일마다 꼭 산에 오시더라고요. 산 입구에서 5분 정도 올라가면 더 못 가시는데도 말이에요. 그 모습을 보고 기증 결심을 굳혔죠.”

그는 올해 2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 신장 기증 의사를 밝혔고 3월부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부인과 열네 살 된 딸도 “좋은 일이니 뜻대로 하라”며 응원해줬다. 그리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등록되어 있는 이식 대기자 순서에 따라 15년 동안 만성신부전을 앓아 온 동갑내기 이모 씨(46)가 이식 대상자로 연결됐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류 씨는 굳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서로 알면 부담스러운데 그분과 뭣 하러 만나요. 지금까지 고통 받았으니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아 저처럼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1990년부터 서울에서 전기시설 기술자로 일해 온 류 씨는 주로 병원의 전기설비 관리를 맡아 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류훈진#신장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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