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와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여성 피의자 A 씨의 사진을 최초로 유출한 사람은 검찰 실무관(행정직원)이며, 이 실무관은 검사의 지시를 받아 사진파일을 작성한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대검찰청 감찰본부와 경찰은 해당 검사가 유포 과정에도 관여했는지, 이들이 무슨 이유로 사진파일을 작성했는지를 계속 확인 중이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의정부지검 실무관 정모 씨가 사진파일을 다른 검찰 직원에게 보냈고 이 파일이 검찰 수사관과 실무관 13명을 거쳐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또 이들의 명단을 모두 경찰에 통보했다. 정 씨는 13일 감찰본부가 ‘A 씨의 사진파일을 최초로 작성해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된다’라며 경찰에 통보한 검찰 관계자 6명 가운데 1명이다.
당시 감찰본부는 검사 2명을 포함한 6명의 명단을 통보했다. 감찰본부에 따르면 정 씨는 이 가운데 검사 1명의 지시를 받아 경찰의 ‘전자수사자료표(이크리스)’ 시스템에 접속해 사진파일을 작성했다. 이후 이 파일을 검찰 내부 메신저를 통해 또 다른 검찰 관계자에게 보냈다. 정 씨와 해당 검사는 성추문 검사 사건 수사나 감찰과는 무관한 위치에서 함께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검사가 왜 사진파일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 감찰본부는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이 사진파일은 또 다른 수사관과 실무관 12명에게 단계적으로 전달됐다. 마지막으로 전달받은 수원지검 안산지청 실무관 나모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을 통해 법무부의 한 공익법무관에게 이 파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병역을 대신해 일하는 공익법무관은 검찰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경찰은 24일 나 씨를 소환 조사했다.
감찰본부는 지난주 안산지청 감찰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역추적 조사를 진행한 끝에 이 14명의 연결고리를 밝혀냈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 14명의 진술서도 경찰에 보내겠다”라며 “경찰 수사에 계속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은 사진 유출에 관계된 하나의 경로만 확인됐을 뿐이며 또 다른 경로가 있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감찰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유출 경로가 드러난 만큼 이 사진파일을 최초로 작성한 정 씨는 내부 징계와 함께 형사처벌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 씨에게 사진 작성을 지시한 검사도 유포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 함께 형사처벌될 것으로 보인다. 감찰본부는 이 사진파일을 공익법무관에게 유출한 나 씨도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또 전달 과정에 관여한 다른 12명의 직원도 경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할 예정이다.
감찰본부의 이번 발표는 지난달 28일 A 씨 측이 “사진 유포자를 색출해 달라”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 20여 일 만에 검경의 공조 수사로 사진 유출 경로가 처음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피의자의 인권을 무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심각한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감찰본부는 브리핑을 자청하면서도 사진 유포에 관여한 사람의 직위와 신원, 사진 유포 이유 등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진 유포 혐의자에 대한 강제 수사가 이뤄질 때마다 기록을 검찰에 보내야 해 수사상 비밀을 유지하기 힘들다”라며 “나 씨가 수사선상에 올라 이날 출석요구를 받게 되자 지금까지 증거자료 제출 요구에 미온적이던 검찰이 감찰 결과를 공개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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