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중학교 한 학기 택해 ‘나의 미래직업’ 집중 탐색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박근혜 당선인 -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공약으로 내건 ‘자유학기제’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모두 공약으로 나온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도입 시기와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중학생들이 한 직업체험 행사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 체험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대통령 선거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모두 공약으로 나온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도입 시기와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중학생들이 한 직업체험 행사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 체험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중학교 단계의 진로 탐색 기간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양측 모두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법이나 도입 시기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런 공약을 함께 구상했고, 당선 이후에도 공감대를 이룬 터라 실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특히 관심을 가질 사안이다.

○ 언제, 어떻게 적용될까

박 당선인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중학생이 한 학기 동안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필기시험을 위한 공부 대신 토론과 실습 위주의 체험 활동을 하자는 취지. 학년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박 당선인의 교육 공약 작업에 참여한 곽병선 전 한국교육개발원장에 따르면 교육 공약 가운데 특히 실현 의지가 높은 항목으로 꼽힌다.

양측은 이 문제를 다룰 태스크포스(TF) 또는 위원회를 조만간 꾸릴 예정이다. 문 교육감은 서울 시내 지역교육청별로 시범학교 신청을 받아서 시작해보겠다고 밝혔다. 문 교육감 측 관계자는 “서울이 먼저 중 1 시험을 폐지하겠다고 하면 박 당선인이 다른 시도에 연결되도록 끌고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유학기제는 이르면 내년 1학기, 늦어도 2학기에는 서울의 일부 시범학교에서 출발해 점차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양측 모두 당장 모든 시험을 폐지하거나, 학 학기를 몽땅 진로교육이나 체험활동만으로 채우겠다는 건 아니다. 기존의 교과목은 유지하되 교육 방법이나 범위를 유연하게 하자는 구상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지필고사를 폐지해도 평가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문 교육감은 스웨덴이나 뉴질랜드 중학교를 예로 들면서 수업 중 발표 토론 모둠활동에 대한 수행평가, 보고서, 실기실습 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교과별로 다양한 평가 방법에 대한 자료를 만들고, 교사 연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전환학년제를 통해 본 선행 과제

지금까지 나온 공약이나 구상 수준으로는 자유학기제가 생소하고 막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아일랜드가 시행하는 전환학년제를 참고할 만하다.

아일랜드는 청소년기에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주려고 1974년 전환학년제를 만들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교에 진학하는 시점에, 희망자에 한해 1년간 교과 공부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게 하자는 내용. 한국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이 공부에 치이는 상황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전환학년제를 희망한 학생은 1년에 3∼4주 동안 지역사회의 기업이나 학교, 봉사단체를 찾아가 직업 체험을 한다. 시기나 방법은 학교가 알아서 정한다. 직업 체험 평가 결과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지만, 입시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나머지 기간에는 학교에서 입시용 과목 이외에도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감안한 여러 교과목을 토론과 탐구 위주로 공부한다. 전환학년을 원치 않는 학생은 2년짜리 고교 과정으로 바로 들어간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자유학기제는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와 비슷한 형태로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과 문 교육감의 공약대로라면 학생에게 선택권이 없고, 적용 학년이 더 낮다는 점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려면 학교 안팎에서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학생에게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고 △학업에 몰두하기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이를 허용하고 △자유학기제 동안의 수행평가나 직업체험 평가 결과를 고교 입시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진로 교육 강화를 추진 중인 교과부도 교육과정이나 진로교육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현직 교사들이 “중학교 1학년은 진로를 구체적으로 탐색하기에는 아직 어려서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아일랜드도 전환학년제 도입 이후 10년 넘도록 이에 참여하는 학교나 학생이 거의 없었다. 40년 가까이 제도를 꾸준히 다듬은 결과, 최근에야 참여율이 70%로 올랐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 자유학기제 ::

중학생에게 적어도 한 학기, 혹은 1년 동안 국영수 위주의 시험에서 벗어나 진로와 장래를 고민하도록 하자는 취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이 시기를 중학교 1학년으로 특정했으며 “초등교육에서 중등교육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진로탐색 학년으로 정하자”고 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없애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교과별로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김희균·최예나 기자 foryou@donga.com
#자유학기제#미래직업 탐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