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무조건 공짜’의 부메랑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정재락 사회부 차장
정재락 사회부 차장
울산시청 뒤에는 ‘밝은 세상’이라는 무료급식소가 있다. 2004년 3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연 이 급식소는 현재 하루 130여 명이 이용한다. 이 급식소는 엄밀한 의미에서 ‘유료’다. 점심 한 끼에 100원씩 받기 때문. 이춘수 소장(56)은 “처음에는 무료로 운영했지만 어르신들이 혹시라도 ‘공짜’에 자존심이 상할까 봐 2006년부터 100원씩 받고 있다. 그 뒤로는 꼭 필요한 어르신들만 떳떳하게 찾는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 경기가 열렸던 울산문수축구장이 있는 울산체육공원. 총 3015면인 이곳 주차장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2001년 4월 개장 후 1년여 동안만 무료로 운영하고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유료화하기로 했지만 전환 과정에서 시민 반발에 부닥쳐 지금껏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체육공원과 인접한 울산대공원이 개장(2002년) 직후부터 유료로 운영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료로 운영되어온 시설을 유료로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공짜로 운영되는 울산체육공원 주차장은 골퍼나 나들이객들이 ‘만남의 광장’처럼 이용해 늘 만원이다.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 8시만 돼도 주차장 대부분이 나들이객의 차량으로 가득하다. 골퍼나 나들이객 차량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주차장을 차지해 주차 회전율이 크게 떨어진다. 대형트럭이나 위험물 수송용 탱크로리도 차고지 대신 이곳에 밤샘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

무료주차로 인한 순기능도 물론 있다. 먼 곳에 사는 시민들도 차를 몰고 체육공원에 와 조깅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무료 주차장 때문에 프로축구 관람이나 수영장 등 체육시설 이용자, 예식장 방문객 등 시설 이용자들이 주차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지난해 체육공원에서만 1억7382만 원의 적자를 보는 등 재정자립도가 60%에 불과해 시민 세금을 까먹는 울산시설관리공단이 체육공원 주차장을 무료로 운영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동전 100∼500원을 투입해야 주차장 출입 차단기가 열리도록 하거나 남쪽 주차장(1026면)은 축구장, 수영장, 예식장 이용자들에게만 무료로 개방하는 대책을 마련하면 어떨까. 수익자의 비용부담 원칙은 이 주차장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무조건 공짜’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은 ‘밝은 세상’ 무료급식소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정재락 사회부 차장 raks@donga.com
#울산시청#밝은 세상#무료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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