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3.9%보다 높아… 시민 등 ‘하트세이버’ 168명, 5년간 위급환자 55명 살려
“심폐소생술 교육 늘릴 것”
4월 25일 오전 2시 25분 광주 동구 산수동 한 빌라. 김모 할머니(72)는 남편(75)이 숨을 거칠게 쉬는 것에 놀라 잠에서 깼다. 김 할머니는 남편의 의식과 호흡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김 할머니는 “곧 구급차량이 도착하겠지만 먼저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는 119의 전화상 조언에 따라 남편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김 할머니가 3, 4일 전 방송에서 우연히 본 심폐소생술 요령을 기억해 응급조치를 한 것이다. 이어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해 김 할머니 남편에게 제세동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할머니의 남편은 5월경에 병원에서 퇴원했다.
4월 1일 오후 1시경 광주 동구 용산동 체육공원. 장모 씨(68)가 축구를 하다 갑자기 쓰러져 의식과 호흡이 없어졌다. 축구동호회 회원 김모 씨(40)는 119에 구조요청을 한 뒤 장 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김 씨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곧바로 119 구급차량이 도착해 장 씨를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살렸다.
광주에서 2008년부터 올해 11월까지 5년 동안 119로부터 하트세이버 칭호를 받은 사람은 총 168명이다. 하트세이버는 ‘심장을 구하는 사람 또는 인명을 소생시킨 사람’이라는 의미로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한 사람을 의미한다. 하트세이버 168명이 5년간 심장정지로 생명이 위급한 55명을 살렸다.
하트세이버 168명 가운데 김 할머니 같은 시민은 13명이다. 시민 13명이 적절한 초기 대응인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13명의 생명을 살리는 데 보탬이 됐다. 나머지 하트세이버 155명은 119차량에 탑승한 구급대원들이다.
광주시 소방안전본부는 올 상반기 광주지역 심장정지(마비) 환자 소생률이 6%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전국 평균 3.9%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소방안전본부가 올해 시민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 등 교육, 체험행사를 확대한 것이 한몫하고 있다. 또 2009년 5월경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13세 소년이 심장마비에 빠진 아버지(당시 50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생명을 살린 것이 화제가 된 뒤 심폐소생술을 배운 시민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훈 소방안전본부 대응구조과 소방교는 “선진국은 심장정비 환자 소생률이 10%”라며 “광주가 심장정지 환자 소생률 전국 1위가 된 것은 심폐소생술을 배운 시민이 많은 것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또 광주지역 27개 119구급대 등에서 일하는 구급대원 249명 전원이 응급구조사 1, 2급 자격이 있고 응급의료기관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최재선 소방안전본부장은 “심폐소생술은 심장정지 환자의 뇌 손상을 지연시키는 등 초기 5분 동안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 열쇠가 된다”며 “2022년까지 시민 절반이 심폐소생술을 배우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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