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는데, ‘나쁜 운전’을 근절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식도 그럴까요? 지난해 서울연구원(옛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불법운전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운전자 400명에게 ‘최근 1년 동안 교통법규를 위반한 경험이 있느냐’고 묻자 73.4%가 위반 사실이 있다고 답했고, 위반 횟수는 평균 20.3회였대요. 와우!
좀 더 자세히 볼까요. 가장 많은 법규 위반 유형은 신호위반(40.4%)이었고 다음은 과속운전(27.1%)이었다고 하네요. 한 포털 사이트가 누리꾼 1만여 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하루 한 번 이상 교통법규를 어긴다’고 응답한 사람이 47%에 달했다는 결과가 있네요. 이러니 자동차 10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는 통계가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 아니겠어요? 이러면서도 많은 운전자(77.2%)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운전자들이 교통사고를 더 많이 낸다’며 처벌과 단속 강화를 요구했다니 참 아이러니하죠.
이런데도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내가 남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교통법규 준수 정도에 대해서는 45.6%가 ‘법규를 잘 지킨다’고 한 반면 11.6%만 ‘잘 지키지 않는다’고 답했죠. 반면 다른 운전자들에 대해선 20.2%만 ‘잘 지킨다’고 했고 34.1%가 ‘잘 지키지 않는다’고 했다네요. 헐∼.
그럼 ‘나쁜 운전’으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같은 논문에서 서울시에서만 불법 주·정차, 꼬리물기, 진·출입로 끼어들기 등 불법 운전으로 연간 4조456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네요.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보험을 통해 형사합의금, 변호사 선임 지원금,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법규 위반자를 위한 각종 지원이 이렇게 발달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로 인해 운전자의 안전 의식이 낮아지는 것이 교통사고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강조하더군요. 저희가 왜 새해부터 운전 문화 개선을 위한 기획을 시작했는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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