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의원 9인방 외유에 “가서 오지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일 14시 49분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신년 예산안을 처리한 주역인 여야 의원 9명이 예산안을 처리하자마자 1억5000만원의 혈세로 따뜻한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집단 외유를 떠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계수조정소위 위원 9명은 지난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처리되자 1일과 2일 두 팀으로 나눠 예산심사 시스템을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출국했다.

외유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외국 출장에 나선 의원들은 새누리당 장윤석 예결위원장을 비롯해 김학용·김재경·권성동·김성태 의원과 민주당 최재성·홍영표·안규백·민홍철 의원이다. 여행 경비 1억5000만원은 국회 예결위 예산에서 충당됐다.

이들 의원 9명은 예산처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계수조정소위는 대선 때문에 활동을 중단했다가 12월 21일에야 예산안 심사를 재개해 고작 11일 만에 342조원에 달하는 올해 예산안 심사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예결위의 여야 간사가 국회 밖에 호텔 객실을 잡아 예산 관련 공무원을 불러다 놓고 '쪽지 민원 예산'을 증액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9인방의 외유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총선 때 불량품 불매운동을 해야 합니다. 동참해 주세요."(oshw****), "가서 오지 말고, 거기서 연구하고 의원해라"(libe****),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가졌으면 뭘 해?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운용하는 국회의원이 문제"(jun3****), "중남미와 아프리카라니, 북미나 유럽은 너무 싫증이 나신 대단한 분들"(maxg****), "국회의원 특권 없앤다며 대선 전에는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대선 끝나니 '우리가 언제?' 한다"(zigz****)라는 글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추천을 받았다.

SNS에도 "예산논란 3종 세트-128억 국회의원 연금 증액, 예결위 실세들 수백억 선심성 쪽지예산, 예결위원들 중남미·아프리카로 외유(@dogsul)",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예산심사시스템 연구가 우리나라 시스템에 영향 있는 것인지도 의문! 연탄 한 장 아껴가며 추위에도 돈 걱정하는 이웃을 두고 따뜻한 그 곳으로?"(@hkbuick)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해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회의원들이 가야할 곳은 중남미나 아프리카가 아니라 바로 정치가 잘못돼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분들이 있는 곳, 철탑이나 굴뚝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중남미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무슨 예산심사에 관한 연구를 해오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여행비용을 전부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모두 지게 한 뒤 퇴출시켜야 한다"고 비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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