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바다로 떠나는 ‘미각 기행’의 계절이다. 힘겨운 겨울을 나기 위해 바다 먹을거리는 자기 몸을 통통하게 살찌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굴이다. 굴을 맛보며 바다 주변의 볼거리, 즐길 거리를 찾는 기쁨도 누려 보면 어떨까.
충남 보령시 천북면 장은리 이른바 ‘굴 단지’는 대표적인 겨울 바다 여행지다. 수도권에서는 서해안고속도로 홍성이나 광천 나들목, 대전권은 대전-당진고속도로 홍성·수덕사 나들목에서 승용차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 바다의 우유 굴 단지
장은리 굴 단지는 천수만 바닷가에 있다. 허름한 식당 20여 개가 올망졸망 모여 있다. 요즘 굴구이와 굴찜 굴밥 굴무침 굴물회 굴칼국수가 자웅을 겨루듯 미식가를 유혹한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굴 중 씨알이 굵은 것은 경남 통영과 전남 여수에서 올라 온 굴이다. 양식 굴이다.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천북 자연산과는 다르다. 자연산 굴은 밀물과 썰물에 잠겼다가 다시 햇볕에 노출되면서 성장한다. 씨알은 작지만 옹골차고 맛도 진하다. 바위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손으로 일일이 수확해야만 맛볼 수 있어 가격도 비싸다.
장은리에 들어서면 온통 굴 냄새다. 번개탄이나 가스 불 위에 올려진 석화(바위에 붙어 있는 꽃과 같다 해서 붙은 이름)가 어느 정도 익으면 ‘툭툭’소리를 내며 입을 벌린다. 우윳빛 속을 드러내고 육즙이 약간 배어 있을 때가 가장 맛있다. 젓가락으로 집어 초고추장에 찍어 입안에 넣으면 바다가 통째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굴물회는 서해안 사람들이 겨울철이면 즐겨 먹는 독특한 메뉴다. 싱싱한 굴을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넣은 뒤 잘게 썬 파와 마늘, 배와 고춧가루, 식초, 깨소금을 넣으면 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노을도 일품이다. 하늘은 붉고 잿빛 갯벌도 붉게 타오른다. 밀물 때에는 넘실대는 바닷물이 온통 붉게 물든다.
○ 주변의 볼거리도 풍부
굴 단지로 가거나 오는 길에 여유를 갖자. 주변 볼거리를 빼놓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광천 나들목에서 천북 장은리 가는 길에는 만해 한용운 선생(1879∼1944)의 생가(홍성군 결성면 만해로)가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이며 시인이었던 한용운의 생가는 낮은 야산을 등진 양지 바른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집 2칸은 초가이며 울타리는 싸리나무로 둘렀다. 흙벽돌로 만든 화장실도 자녀들에게 보여 주기엔 흥미진진하다. 만해 일대기를 보여 주는 60여 점의 유품과 작품도 볼 수 있다. 만해는 이곳에서 태어나 7세까지 살다가 홍성으로 이사해 한학을 배우고 훗날 강원 인제군 백담사에서 불문에 입도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만해 생가에서 불과 10분 거리에는 청산리 전투의 영웅 백야 김좌진 장군(1889∼1930)의 생가(홍성군 갈산면 행산리)도 있다. 김 장군은 어려서부터 천성이 호탕하고 용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생가에는 내·외삼문, 재실 등이 있다.
장은리 굴단지 근처에는 서산 간척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는 조류탐험관도 있다. 무학대사가 창건한 간월암도 추천할 만한 명소다. 여행을 즐긴 뒤 덕산온천에서 피로를 푸는 것도 좋겠다. 주변에 구항우리한우정육식당(041-631-2556), 보리수식당(백반·041-642-8142), 소담(홍성한우·041-633-5454), 주변 5일장(홍성장 끝날 1·6일, 갈산장 3·8일, 광천장 4·9일) 등 맛집도 많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