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항해중 제주도 표류… 한양 압송뒤 총포제작 도와
고향 마을서 88올림픽 기념 쌍둥이 동상 만들어 기증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분수대 옆에는 독특한 형상의 동상이 눈에 띈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채 오른쪽 발은 자동차, 왼쪽 발은 배 모양이고 등에는 오디오, 가슴에는 카메라를 주렁주렁 걸고 있다.
이는 외국인 가운데 한국에 최초로 귀화한 네덜란드 출신 박연(朴淵·얀 벨테브레)의 동상(사진)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추상적인 모습을 한 이 동상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박연의 고향인 네덜란드 더레이프 시에서 제작해 1991년 한국에 기증했다. 동상의 높이는 1.38m로 어린이대공원 내 동상 가운데 가장 작다. 더레이프 시에 있는 박연박물관 앞에도 이 동상과 똑같은 모습의 쌍둥이 동상이 서 있다.
박연은 1595년 암스테르담 북쪽의 작은 도시 더레이프에서 태어났다. 그는 선원으로 인조 5년인 1627년 일본으로 향하던 배가 풍랑을 만나 표류하던 중 제주도에 도착했다. 2명의 동료와 함께 물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상륙했다가 관헌에게 잡혀 한양으로 압송됐다. 그 후 훈련도감에서 총포의 제작을 돕는 일을 했다. 병자호란에 참전해 2명의 동료는 목숨을 잃었고 박연만 살아남았다. 그는 조선인 여성과 결혼해 1남 1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같은 네덜란드인이었던 하멜 일행이 효종 4년(1653년) 표류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우리나라 풍속을 가르치기도 했다.
한편 박연이 생전에 만났던 하멜의 동상은 우리나라에 2개나 있다. 하나는 그가 유배생활을 했던 전남 강진군 병영면 하멜기념관에, 다른 하나는 그가 조선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전남 여수시 종화동 하멜전시관 앞에 있다. 모두 그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르큄 시에서 제작해 기증한 것이다. 호르큄 시에도 같은 동상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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