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45년만에 주간 2교대제’ 울산-아산-전주 시범실시
“가족과 보낼 시간 늘어” 환영… 지역상권도 큰 변화 불가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7일 오후 3시 40분경 근로자들이 일제히 퇴근하고 있다. 밤샘근무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이날부터 시범 실시하기 때문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12일간의 시범 실시를 거쳐 3월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현대자동차 제공
“대낮에 퇴근하려니 좀 어색하네요.”
7일 오후 3시 40분경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 정문. 이 정문을 비롯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5개 출입문으로 근로자들 1만여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근로자 김모 씨(48)는 “대낮에 퇴근하는 건 파업 때뿐이었는데…. 이제부터 여가를 잘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근로자들의 이 같은 ‘대낮 퇴근’은 3월부터 실시되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7일부터 시범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창사 45년 만이다.
○ 45년 만에 ‘밤샘 근무’ 사라져
주간 연속 2교대제는 근로자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난해 8월 노사가 합의해서 마련한 근무 형태. 1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2조는 오후 3시 4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반까지 근무한다.
종전에는 주·야간조가 각각 10시간씩 근무했다. 새로 도입될 주간 연속 2교대제는 18일까지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서 12일간 시범 실시된다. 생산직 3만3800여 명(사내 협력업체 직원 6800명 포함)이 대상이다. 회사 측은 시범 실시를 거쳐 3월 4일부터는 본격 실시한다.
현대차의 근무 형태가 바뀌면서 근로자들의 생활은 물론이고 지역 상권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에 30년째 근무 중인 이모 씨(55)는 “근무 형태가 바뀌면 1조일 때는 더 일찍 출근해야 하고, 2조일 때는 오전 1시 반에 퇴근해야 하는 등 출퇴근은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여가에 건강을 챙기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많아질 것”이라며 반겼다. 손님 대부분이 현대차 직원인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의 식당 등 접객업소의 영업시간도 변화가 예상된다. 1조와 2조 퇴근시간에 모두 맞추려면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 이후까지 영업해야 하기 때문. 전국 5300여 개 협력업체도 근무 형태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통근버스, 주차 등 보완할 점도 남아
2조 근로자 퇴근시간(오전 1시 반)에는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는다. 회사 측이 울산시에 시내버스 연장 운행을 건의했지만 ‘시내버스 노조가 반대하고 심야근무에 따른 인건비가 추가로 소요된다’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통근버스를 증차(65대에서 71대로)하고 카풀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승용차가 없는 2조 근로자들은 귀가에 적지 않은 불편이 예상된다. 주차장도 현재 8000대에서 8700대로 주차대수를 늘렸지만 1, 2조 교대시간이 겹치기 때문에 주차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면 근무시간이 현행 10+10시간에서 8+9시간으로 하루에 총 3시간이 줄어든다. 임금체계도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바뀐다. 노사는 근무시간은 줄어들지만 시간당생산량(UPH)을 높이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종전 수준과 맞추는 조건으로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특근과 잔업 감소에 따른 임금 손실은 불가피해 근로자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종전에는 회사 측이 근로자들에게 점심과 야식을 챙겨 줬지만 근무 형태가 바뀌면 하루 3끼(1조에 아침과 점심, 2조에 석식)를 모두 제공해야 한다. 급식의 질을 놓고 노사 간에 마찰이 생길 소지도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권오일 대외협력실장은 “시범 실시 기간에 불거지는 문제점은 회사와 협의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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