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소방서 이상흠 소방사는 화재현장 인명구조 도중 3도 화상을 입은 손 때문에
꽃다발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시상대에 오른 두산 특별상 수상자 이상흠 소방사(경남 사천소방서)는 상패와 꽃다발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흰 장갑에 감춰진 양손은 화재현장 인명구조 도중 3도 화상을 입어 굽어버린 상태였다. 시상자인 정상명 심사위원장(전 검찰총장)은 “손이 불편하시니…”라며 이 소방사 대신 꽃다발과 상패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두 사람 뒤편엔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장면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손용목 사천소방서장은 눈물을 참으려는 듯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곤 눈을 질끈 감았다 뜬 뒤 충혈된 눈으로 “소방관이라는 게 새삼 자랑스럽다”며 박수를 쳤다.
이날 행사에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 김태환 행정안전위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 김한길 전 민주당 최고위원, 김기용 경찰청장, 이기환 소방방재청장, 이강덕 해양경찰청장, 고명승 성우회장 등 내외빈 150여 명이 참석했다. 수상자 동료들은 ‘제복영웅’이 연단에 설 때마다 크게 환호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한강경찰대 조동희 경위의 이름이 호명되자 동료 10명이 일제히 달려나와 꽃다발을 수북이 안겼다. 두 계급 위 상사인 부인 한춘희 서울 성동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스스로 ‘한강의 역사’라고 자부하는 남편은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한 적이 없다”며 “데이트를 하자고 해도 한강변에서 같이 순찰하자고 하는 사람”이라며 웃었다.
특별상을 받은 황규동 경사의 아들 성진 군(15)은 “우리 아버지가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며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던 아버지가 밉기도 했는데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회장은 축사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거친 바다, 화재 현장, 민생치안 현장에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열정을 바친 분들께 바치는 상”이라고 수상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 원내대표는 “제복 입은 공무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우 수석부대표는 “휴식을 포기하면서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고마움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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