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묘사되는 학교는 회색빛이다. 학교는 학교 폭력, 교권 추락, 과도한 경쟁으로 점철돼 있다. 요즘 학교생활을 사실에 가깝게 묘사한 덕에 시청률도 15%까지 오르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암울한 학교’는 서울 강북의 한 고교로 설정돼 있지만 촬영이 진행되는 실제 학교는 강북이 아니다
이 학교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율천고다. 율천고 건물은 파랑, 주황 등 다채로운 색으로 꾸며져 드라마 속 학교의 우울한 분위기와 극명히 대비된다. 이 드라마 섭외부장 김영두 씨는 “신생 학교라 오래된 학교와 달리 구조가 특이하고 건물 색감도 좋아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는 데 용이했다”며 “율천고의 선명한 색감이 드라마 속 학교의 암울한 분위기를 한층 강렬하게 부각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초 개교해 아직 3학년이 없어 학교 건물 4층이 통째로 비어있는 것도 장소 선정에 큰 이점이었다. 대부분의 학교는 고3이 있어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장소 섭외 제의를 거절한다. 현재 이 드라마는 오전 7시부터 밤까지 학교 4층의 한 교실을 주무대로 쓰고 있다. 다른 빈 교실은 대기실, 분장실 등으로 사용한다. 학교 앞에는 주연 배우들을 보려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팬 500여 명으로 연일 붐빈다.
‘학교 2013’처럼 학원물 촬영이 일반 고교에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에 지은 학교가 아니라면 일반 고교는 대부분 일자형의 단조로운 구조인 데다 건물 색도 회색이어서 화면에 밋밋하게 잡힌다. 드라마 장소 섭외 담당자들은 구조가 특이하고 색깔도 다채로운 예술고, 체고 등의 특목고, 조경이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를 촬영 장소로 선호한다. 또 수도권에 있는 학교를 선호한다. 가깝기도 하지만 학생이 많고 학교 규모가 커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방영된 SBS TV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무대가 된 학교는 한 곳이 아니었다. 목원대 청강대 용인외고에서 촬영한 장면을 합쳐서 한 학교인 것처럼 연출했다.
화면 구성 효과를 높이고자 학교 밖의 장소를 학교인 것처럼 촬영하기도 했다. 연예인을 지망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2011년 초 방영)에 나오는 학교 매점과 식당은 인천아트플랫폼이었다.
일반 고교가 주 촬영지가 되는 경우는 주인공들의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이 주요 내용으로 들어가거나 주 배경이 과거인 드라마 등이다.
이 경우엔 역사가 오래돼 운치 있는 일반 고교가 촬영지로 선호된다. 2002년 방영된 KBS 2TV의 ‘겨울연가’는 서울 종로구 계동의 중앙고에서 촬영했다. 105년 역사의 이 학교는 고풍적인 모습으로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의 풋풋한 학창시절을 충분히 담아냈다. 겨울연가 촬영이 끝난 지 10년이 넘었지만 학교 앞은 준상과 유진의 추억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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