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악담 퍼붓는 ‘불량 판사들’

서울변회 ‘전국 법관 평가’… 하위 10명 명단 대법 전달

“재판장님, 증인을 신청하겠습니다.”(변호인)

“뻔히 거짓말할 거 아녜요. 필요하겠어요? 유죄 나오면 형량 올려야겠네.”(A 판사)

지난해 한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부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변호인이 증인을 신청하자 판사가 협박성 발언을 한 것. 심지어 지난해 한 이혼소송에서 B 판사는 원고인 남편에게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피고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라. 같이 살면서 피고가 보는 앞에서 나쁜 짓을 하면 이혼할 수 있다”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조정, 화해나 소송 취하를 강요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반말을 하는 판사도 있었다. 민사사건을 심리하던 C 판사는 수차례 조정을 권고하다 원고 측이 거부하자 “2억 원이면 죽을 때까지 쓰지 않느냐. 뭔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냐”고 하기도 했다. 재판 시간에 1시간씩 늦게 나타나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9일 발표한 ‘2012년도 전국 법관 평가’를 통해 ‘제멋대로 판사들’을 공개했다. 변호사회 회원 460명이 지난해 전국 법관 978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다. 세상이 다 바뀌어도 법원은 아직 권위주의의 틀을 벗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변호사회는 이날 하위 10명의 명단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이들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42.5점이었다. 다만 외부에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소송관계인에게 정중한 태도로 재판 운영을 하는 모범적인 판사도 많았다. 변호사회는 100점 만점을 받은 김대성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비롯해 김대웅 김환수 박관근 이원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성언주 안희길 서울중앙지법 판사, 심준보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우라옥 의정부지법 부장판사, 한창훈 서울남부지법 수석부장판사 등 상위권 10명의 판사를 발표했다. 올해로 다섯 번째 실시된 법관평가는 매년 조사결과를 대법원에 전달하지만 법원은 법관 인사에 반영하지는 않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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