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쑥한 가을산은 마치 눈썹을 그린 듯하고 둥그런 못은 파란 유리를 골고루 펴놓았구나 만약 크고 작은 걸 가지고 제물(齊物)을 논한다면 바로 연산(硯山)이 묵지(墨池)가 된다고 하겠네
-추사 김정희 作 ‘의림지’-
충북 제천시 모산동의 의림지(義林池)는 김제 벽골제(碧骨堤), 밀양 수산제(守山堤), 상주 공검지(恭儉池) 등과 함께 현재까지 남아있는 국내 최고(最古) 수리(水利)시설이다. 정확한 조성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벼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삼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의림지는 사계절 어느 때 방문해도 즐겁지만 겨울이 제일 좋다는 평이 많다.
○ 제천 10경 중 ‘제1경’
충청의 별칭이 ‘호서(湖西)’인데 이 말은 바로 의림지의 서쪽에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의림지는 1976년 충북도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됐다가 2006년 명승 20호로 승격됐다. 수백 년 묵은 노송을 비롯해 수양버들, 전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등 숲이 저수지와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정원을 보는 듯하다.
역사를 담은 누각과 정자도 호반에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의림지 남쪽 제방 위에는 영호정(暎湖亭·향토문화자료 12호)이 있다. 1807년(순조 7년) 이집경이 세웠고, 6·25전쟁으로 파괴됐다가 그의 후손인 이범우가 1954년 중건했다. 화강암 주춧돌 위에 정면 2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돼 있다.
경호루(鏡湖樓·향토문화자료 23호)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이자 목조 기와집 형태를 띠고 있다. 의림지 서쪽에 1948년 세워졌다. 아름드리 노송 숲에서 은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동쪽의 우륵정(于勒亭)은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가운데 한명인 우륵을 기리기 위해 2007년 세운 정자다. 신라 진흥왕 때의 악사이자 가야금의 명인인 우륵은 여생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우륵이 앉아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바위와 그가 마셨다는 우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의림지의 수심은 8∼13m, 호반 둘레는 약 2km에 이른다. 호수 주변에는 목조 산책길과 수경분수, 인공폭포, 공연시설이 조성돼 볼거리를 더하고 있다.
○ 17일부터 나흘간 의림지민속대제전 열려
제천의 대표 겨울축제 ‘2013 의림지 동계 민속대제전’이 17∼20일 의림지 일원에서 열린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공어(빙어)낚시가 단연 인기다. 이 지역에서는 빙어를 ‘속이 비었다’는 뜻의 공어(空魚)라고 부른다. 두꺼운 얼음을 깨고 미끼를 꿴 낚싯대를 올렸다 내렸다 하다 보면 어느새 공어가 올라온다. 회나 튀김으로 먹는 맛도 일품이다. 이 밖에 △얼음썰매장 △짚공예 △풍등 소원 날리기 △새총 쏘기 △소망소지 날리기 △미니 눈썰매장 △장작패기 등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또 △제천지역 민속놀이 시연(두학농악과 선돌제, 오티별신제 등) △제천풍물단 풍물놀이 △플라멩코 만담 △해오름과 향토가수 공연 등도 준비됐다.
행사의 백미는 ‘전국의림지 알몸마라톤대회’다. 20일 오전 11시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이 강추위 속에서 의림지 일원을 달리며 추위를 녹일 예정이다. 이 밖에 △공어 빨리 먹기 △의림지 얼음장기 △얼음조각 가족경연 △의림지 얼음장치기 △솔방울 멀리보내기 등의 행사가 축제기간 내내 열린다.
제천은 ‘한방(韓方)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약재를 이용한 음식이 유명하다.
대표적인 음식이 ‘약채락(藥菜樂)’. 2008년 개발된 약채락은 제천에서 생산된 황기, 당귀, 뽕잎, 오가피 등 16가지 우수 농산물을 재료로 한 비빔밥이다. 2009년 농촌진흥청 생활공감녹색기술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태정(약채락 정식·043-645-6965), 동궁(한방 한정식·043-652-9955), 바우본가(보쌈·043-652-9931), 대보명가(한방갈비찜·043-643-3050) 등이 지역에서 이름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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