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기사 눈꺼풀 뒤집고 택시 턴 가짜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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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의사… 눈 봐드릴게요” 30대, 노인기사 27명 속여

“기사님 눈이 이상한 것 같은데…, 한번 봐드릴게요.”

지난해 11월 중순 택시운전사 박모 씨(65)는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염모 씨(36)를 태웠다. 자신을 안과의사라고 소개한 염 씨는 박 씨와 눈 건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내리면서 눈을 점검해주겠다고 했다. 고마운 젊은 의사의 호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때부터 염 씨의 거침없는 진료가 시작됐다. 염 씨는 박 씨의 눈꺼풀을 당겨 확 뒤집었다. 안구 사이로 양손가락을 넣어 사정없이 눌렀다. 한 손으로는 혀를 잡아 빼는 시늉도 했다. 갑작스러운 안구마사지에 박 씨는 눈물이 흐르고, 정신이 멍했다. 이 틈을 타 염 씨는 조수석 앞 콘솔박스를 열어 박 씨의 운행 수입 16만 원을 훔쳐 달아나 버렸다. 염 씨는 지난해 9월 2년 징역형을 살고 출소한 전과 19범의 ‘가짜 의사’였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0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택시운전사 27명에게서 총 600만 원을 훔쳤다. 피해를 본 기사는 대부분 노인이었다. 한 피해 운전사는 “눈을 만져주니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금은방 절도 혐의로 붙잡힌 염 씨를 조사하던 중 그의 휴대전화에 눈꺼풀을 뒤집는 동영상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추궁해 그의 가짜 의사 행각을 밝혀냈다. 염 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절도) 위반 혐의로 6일 구속됐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안과의사#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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