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12시 50분경 대전 중구 선화동 충남지방경찰청 맞은편 식당 골목. 불과 20여 일 전만 해도 공무원들로 북적거릴 시간이지만 쥐죽은 듯 한산했다. 일부 식당은 아예 문을 닫았다. 1300여 명이 근무하던 충남도청이 지난해 말 내포신도시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옛 도청에 ‘시장 제2집무실’을 만들고 주변 음식점과 상가 이용하기 캠페인을 벌이며 원도심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대전시, 사람 모이는 곳으로
대전시는 옛 도청사 활용과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을 마련했다. 단기 대책으로 시청과 직속기관, 사업소, 산하기관별로 매월 날짜를 정해 주변 음식점 및 상가 이용하기에 나섰다. 또 주변 맛집, 멋집, 추억의 장소 등 음식·문화지도 3000부를 제작해 대전상공회의소와 대학 및 세종시, 대덕연구단지 출연연구기관에도 배포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토요콘서트 녹색나눔터 음악회 전시·박람회와 시 본청에서 열렸던 각종 세미나, 포럼 등도 옛 도 청사에서 열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중기대책으로 올해 안에 옛 도청에 대전발전연구원과 연합교양대학, 시립박물관 등을 조성해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으능정이’ 거리의 발광다이오드(LED)조명사업과 중교로 문화거리 조성사업, 대흥동 골목재생사업이 등 이미 진행되는 사업이 마무리되면 어느 정도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신태동 대전시 정책기획관은 “도청 터를 활용한 문화예술창작복합단지 등이 조성될 경우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음식점, “몇 개월 버티기 힘들어”
대전시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변 음식점 주인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당장 몇 개월 동안 적자가 계속되면 임차료와 인건비 지출을 견디기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사정이 나은 업소는 도청 이전과 함께 식당 이전을 준비 중이지만 대부분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더욱이 충남경찰청마저 10월 내포신도시로 이전하면 주변은 급속하게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지개한정식’ 이윤희 사장(66·여)은 “자주 보이던 얼굴(공무원)이 하루아침에 안 보이니 공황 상태”라며 “불과 며칠 만에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콩나물비빔밥으로 유명한 도청 뒤편 ‘탑집’과 김치찌개의 명소 ‘학선식당’ 등도 과거 북적이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점은 그동안 이어온 맛으로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다.
충남경찰청 건너편 ‘고려회관’ 홍순예 사장(60·여)은 “25년 동안 가족 밥상을 준비하듯 음식을 해왔다”며 “어머니 손맛을 꿈꾸는 새로운 손님을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시청 공무원들이 일부러 지하철을 타고 찾아 줘 그나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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