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한풀 꺾인 11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주택가. 계량기 동파 신고를 받고 출동한 북부수도사업소 소속 계량기 교체원 고현석 씨(51)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계량기 동파로 수도가 끊기면 수돗물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화장실까지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계량기 동파신고를 한 김성진 씨(60)는 “아무리 헌 옷을 덮어놓더라도 날이 계속 춥다 보니 터진 것 같다”며 “수도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니 국가가 계량기가 안 터지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날 풀려도 안심 못해
12, 13일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영상 3∼5도 정도로 비교적 포근했다. 하지만 12일 오전 5시부터 13일 오전 5시까지 접수된 계량기 동파 사고는 모두 184건이나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날이 많이 추우면 사람들이 동파 방지를 위해 물을 흘려놓거나 대비를 하지만 날이 조금 풀리면 이를 잊는 사람들이 많다”며 “낮에는 기온이 영상을 회복하더라도 밤에는 다시 영하로 떨어지는 만큼 겨울이 끝날 때까지 꾸준히 계량기 동파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겨울은 매서운 추위 탓에 동파 사고가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집계된 계량기 동파 건수는 서울 7416건, 전국적으로 모두 2만1952건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계량기 동파 건수는 채 1000건이 안 됐다. 올겨울 동파 사고가 지난겨울보다 7배로 늘어난 것이다. 시 관계자는 “통상 영하 7도에선 하루 100여 건, 영하 12도 정도 되면 500건 정도 동파 사고가 일어난다”며 “올겨울에는 벌써 영하 7도 이하인 날이 23일, 12도 이하가 8일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동파 사고는 대부분 찬 공기에 계량기가 노출된 단독주택이나 복도식 아파트, 휴일이나 야간에 문을 닫는 가게의 영업용 소형 계량기 등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주말 동안 집을 비워 물을 사용하지 않는 가구에서 자주 일어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계량기 동파 원인 중 57%가 ‘보온 미조치’였다.
○ 동파 안 되는 계량기 없나
전문가들은 계량기 동파 사고를 막기 위해선 계량기 보호통 내부를 헌 옷 등 보온재로 채워 찬 공기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동파 사고는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때 급격히 늘어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조금씩 흘려 줘야 한다. 서울시에서는 아주 추운 날씨에는 1분에 250ml, 즉 가늘게 계속 흘러내리게 하는 걸 권장한다. 수도계량기가 얼었을 때 화기를 이용하는 건 삼가야 한다.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따뜻한 물수건을 사용해 계량기와 수도관 주위를 골고루 녹여줘야 한다.
행안부 등은 계량기 동파 사고를 막기 위해 올겨울 모두 24만 개의 동파방지용 계량기를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교체해 주기로 했다. 동파방지 계량기는 물이 얼어 부피가 늘어나더라도 이를 완충해 줄 수 있는 공간을 둬 계량기의 파손을 막는 장치가 부착돼 있다. 하지만 기기 단가가 일반 계량기보다 1만 원 정도 비싼 2만6000∼3만 원 수준이어서 전국 675만 대의 계량기를 일괄 교체하는 데엔 큰 비용이 든다. 행안부 관계자는 “계량기 교체 시 꾸준히 동파방지 계량기를 보급하고 있다”며 “동파방지 계량기가 동파에 완벽한 건 아니어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량기 교체비용 부담은 현재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인천은 교체비용(인건비)과 계량기 가격을 모두 지자체가 부담하지만 서울은 교체비용만 시에서 지원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수도법을 개정해 모든 비용을 공급자가 부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차준호 기자 pjw@donga.com 김판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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