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을 다녀 보면 생땅이 드러난 곳이 많아. 보기에도 안 좋고 바람 불면 먼지가 일어난다. 청년림, 소년단림에도 나무가 거의 없다.’
북한 김정은(노동당 제1비서)이 지난해 4월 27일 당, 국가경제기관, 근로단체 대표들에게 한 발언을 노동신문이 같은 해 5월 9일자로 보도한 내용의 일부다.
북한의 산림사정이 심각하다. 북한 스스로 인정하고 대책에 부심할 정도다.
2008년 산림청이 인공위성을 통해 분석한 결과 북한의 산림면적은 899만 ha로 남한의 1.4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32%인 284만 ha는 이미 쓸모없는 공간이다. 산에 나무가 없어 비만 오면 시뻘건 흙이 휩쓸려 대규모 토사 유출 사태를 빚고 있다. 북한의 산이 벌거숭이로 변한 것은 연료 부족으로 무분별한 벌채가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식량이 부족하다 보니 웬만한 산은 모두 개간해 밭으로 변한 것도 큰 이유로 꼽힌다. 약품이 부족해 병해충 방제가 제때 되지 않은 것 역시 민둥산을 만든 원인이다.
북한의 물자가 집중된 평양시 인근 고구려 동명왕릉 주변 소나무군락조차 송충이 등 병충해로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런 실정은 평양시와 남포시 개성시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더욱 심각해 풀 종류의 생존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은 단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임진강 상류에서 집중 호우가 발생하면 그동안에도 경기 연천과 파주 일대에서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다. 남한에서 군남댐과 한탄강댐 등으로 수해방지 시설을 갖추고는 있지만 황폐화된 산림을 복원하는 등 상류인 북한 지역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또 북한에서 발생하는 산림 병해충이 우수한 산림자원을 가진 강원도 일대로 전염된 사례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문제는 사정이 이런데도 북한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 식량난과 에너지난 등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몰려 산림 복원은 후순위로 밀려 있고 현지 주민의 관심도 매우 낮다. 북한에서 산림 분야에 종사하다 탈북한 강대규(가명·46) 씨는 지난해 대전에서 열린 산림관계자 강연회에서 “북한도 3∼5월을 식수기간으로 정하고 주민을 동원해 나무 심기를 하고 있지만 지력 감퇴와 주민의 무성의로 묘목 활착률은 30%도 안 된다”고 증언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박경석 박사는 “한반도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되살리고 통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상황과 별개로 남북 간 산림협력 재개는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림청도 정부 및 민간기업, 국제기구 등과 연계한 다양한 복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공약에 북한 산림 복구의 필요성을 담고 있다”며 “올해가 북한 산림 복구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의 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산림 관련 대선 공약은 △북한 나무심어주기를 통한 홍수 예방과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확보 △녹색경제(조림 농업 기후변화) 협력 체계화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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