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뇌과학 전문가. 경기 능곡고 3학년 정의진 군(19)은 2013학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전형인 OKU미래인재전형으로 의과대학에 최종 합격했다. 2013학년도에 신설된 이 전형은 고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1단계에서 서류평가만으로 모집 인원의 5배수를 뽑은 뒤, 2단계는 △서류(40%) △강의 리포트(20%) △면접(40%) 점수를 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했다. 최종합격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했다. 특히 이 전형으로 3명을 선발한 의대에는 지원자 47명이 몰렸다. 정 군은 어떻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했을까.
중학교 때 신경외과 전문의로 진로결정
정 군은 다른 학생들보다 진로결정이 빨랐다. 중학교 때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그의 꿈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열심히 외운 수학 공식을 금방 잊어버리는 게 속상했던 정 군.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며 찾다가 ‘뇌과학’을 처음 접했다.
중학생이 된 정 군은 월간 과학잡지를 읽다 한 기사에 시선이 확 꽂혔다. 원숭이의 뇌에 BCI(Brain Computer Interface·사람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뇌파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장치)를 연결해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기사였다.
“언젠가는 제가 직접 BCI 기술을 사람에게 적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싶어서 의대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혔지요.”(정 군)
‘진화’한 과학실험 실력
뚜렷한 진로 목표가 생긴 정 군은 고교 진학과 동시에 실험활동에 몰입했다. 1학년 때는 경기 백양고 부설 지역공동영재학급에서 체계적인 과학실험 방법을 배웠다. ‘매실이 3대 영양소의 소화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실험을 진행해 은상(3위)을 받았다.
2학년 때는 학교 친구 2명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제연구활동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정 군은 7개월간 ‘김치에 첨가한 천연물질이 혈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 논문을 작성했다. 정 군의 팀은 이 논문으로 장려상을 받고 경기도 대표로 선발됐다. 삼성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도 장려상을 받았다. 이 대회에 접수된 1462개의 논문 중 수상작은 25개였고, 이 중 일반고 팀의 논문으론 유일했다.
“1학년 때 영재학급에서 처음 과학연구 활동을 했을 땐 주제 선정, 실험 방법, 논문 작성법 모두 서툴렀어요. 하지만 실수한 내용을 꼼꼼히 체크해 2학년 땐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죠.”(정 군)
강의 리포트 시험? ‘키워드 메모’로 돌파
OKU미래인재전형 강의 리포트 평가는 먼저 각각 ‘문학적 표현방식’과 ‘LP와 CD의 저장기술’을 주제로 한 15분 분량의 동영상을 본 뒤, ‘넘치다’라는 주제에 맞는 1500자 분량의 에세이를 작성하는 시험이었다.
정 군은 두 영상에서 ‘반복’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뽑아냈다. 문학적 표현방식을 다룬 영상에서는 ‘반복되는 시어가 의미를 강조한다’는 내용에서, 저장기술을 다룬 영상에선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저장하는 CD저장기술이 오류를 최소화한다’는 내용에서 ‘반복’을 키워드로 뽑았다. 정 군은 ‘넘치다’라는 부정적 느낌을 주는 단어에도 긍정적 의미가 숨어있다는 맥락으로 글을 풀어냈다.
정 군은 리포트 시험을 효과적으로 치른 비결로 ‘키워드 메모’를 꼽았다. 영상을 보는 동안 계속 키워드를 시험지 옆에 쭉 적어 놓은 뒤 공통된 키워드를 찾아 낸 것이다.
“의대 진학의 꿈을 이뤘으니 본격적으로 ‘BCI’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요. 뇌과학을 통해 개발된 치료법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정 군)
글·사진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공부스타 시즌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최하위권을 맴돌다 성적을 바짝 끌어올린 학생, 수십대 일의 경쟁을 뚫고 대학 입학사정관전형에 합격한 학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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