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태릉고 2학년 이가현 양(왼쪽)이 영어강사 이근철 씨를 만났다. 이 양은 이 강사의조언을 들은 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한결 줄어든 기분”이라고 말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 유학도 다녀오지 않아도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표 영어강사’로 불리는 이근철 씨(47)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예스(Yes)”라고 답한다. 현재 한국방송(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를 진행하면서 이근철영어문화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실제로 영어학원도 유학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평소 영어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던 서울 태릉고 2학년 이가현 양(18)은 ‘신나는 공부’의 도움을 받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최근 이 소장을 만났다. 이날 이 소장은 같은 장소에서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영어학습프로그램 ‘토크리시’를 대중에게 설명하고 ‘영어회화 완전정복’을 주제로 한 강연을 막 마치고 나온 상황이었다.
○ 팝송에서 시작된 영어사랑
이 소장의 영어사랑은 7세 때 시작됐다. ‘소년 이근철’은 아버지의 전축에서 흘러나오던 팝송에 매료됐다. 팝송에 대한 사랑은 금세 외국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번졌다. 이때부터 주한미군방송인 ‘AFKN’(현 AFN)을 자주 봤다.
“영어사랑의 시작은 문화사랑이었죠. 외국 영화, 음악, 만화를 자꾸만 보고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도 좋아졌어요. 굳이 영어를 공부하려 해본 적은 없어요.”(이 소장)
24세 때 첫 강의를 맡았다. 연세대 영문과에 들어간 그는 연세대 어학원이 강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갔다.
“초중학교 시절에 동네 친구들을 모아놓고 영어 만화영화 주제가의 가사를 알려줬어요. 학교 축제무대에 올라서는 노래도 당당하게 부르곤 했지요. 그러면서 알았어요. 내가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요. 마침 영어를 워낙 좋아했으니, 영어강사가 ‘딱’이었던 거죠. 하하.”(이 소장)
○ 슬럼프 앞에서는 ‘쿨’하게!
영어 때문에 자주 좌절한다는 이 양. 그는 영어공부를 하다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는지를 물었다. 이 소장은 “슬럼프는 누구나 겪는다”며 고교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처음 알파벳을 배웠지만 영어성적은 좋은 편이었다는 이 소장. 하지만 그는 고1 중간고사에서 영어점수가 확 떨어지자 충격을 받았다.
“중학교 시험은 ‘빈칸 채우기’ 유형이어서 교과서만 외우면 됐지만, 고등학교 시험은 완전히 달랐어요. ‘다음 중 부정사 용법이 다른 것은?’처럼 문법을 묻는 유형이었지요.”(이 소장)
그때부터 그는 방학이면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문법 교재 한 권을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점심과 저녁식사 할 때를 빼고는 하루 14시간 이상을 자리에 앉아 일어나지 않았다. 영어점수는 결국 올랐다.
이 소장은 “피나는 노력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서 “그것은 바로 나의 슬럼프를 ‘쿨’하게 인정하는 태도”라고 했다. 자신이 난조에 빠졌음을 솔직히 인정할 줄 알아야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할 의지도 생긴다는 것.
○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이유’를 먼저 생각하라
“저는 영어공부에 시간투자를 많이 해요. 그런데 왜 영어가 잘 안 될까요?”(이 양)
풀 죽은 목소리로 이 양이 물었다. 이 소장은 “영어가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해요”라며 “내가 영어가 안 되는 이유만 생각나기 때문이죠”라고 했다. 내가 뭔가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두뇌는 내가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100가지나 찾으며 스스로를 합리화해 간다는 것. 이 소장은 “반대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까닭’을 생각하면 이것도 100가지를 금세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주입식 교육 탓에 영어를 잘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저 역시 지금 영어를 못해야 하는 거잖아요? 제도를 탓하지 마세요. 저는 혼자서도 영어를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오늘부터라도 당장 하루 단위로 계획을 세워 영어공부를 해보세요. 세상에는 ‘내가 못할 이유’만큼이나 ‘내가 잘할 이유’가 넘쳐난답니다.”(이 소장)
글·사진 유수진 기자 ysj9317@donga.com ▼ 이근철이 말하는 영어 학습법, “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깨라” ▼
많은 학생이 영어공부를 어려워한다. 인기 영어강사인 이근철 씨는 “영어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두려움을 깨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이 씨의 영어 말하기, 듣기, 단어 학습법을 소개한다.
○ 말하기, 법칙을 찾아라
한국어를 잘 살펴보면 정해진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받침 있는 명사 다음에는 조사 ‘이’가 나오고 받침 없는 명사 뒤에는 조사 ‘가’가 붙는 식이다. 이런 규칙을 영어발음 연습을 할 때도 찾아보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영어는 ‘n’ 뒤에 ‘t’가 오면 ‘t’ 발음이 ‘n’으로 동화되는 경우가 있다. ‘interview’를 ‘인·터·뷰’라고 끊어 발음하지 않고 ‘이너뷰’라고 발음하는 것은 이 때문. 이 한 가지 규칙만 알아도 ‘internet’과 같이 ‘n’ 뒤에 ‘t’가 오는 모든 단어의 발음은 터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듣기, 상상하고 유추하라
듣기는 ‘유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영상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눈으로 보고 상황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 미국드라마를 본다면 한 편을 모두 보지 말고 1분 혹은 30초 단위로 끊어 그 부분만 반복해서 보면 효과적. 처음엔 자막과 함께, 그 다음엔 자막 없이 들리는 단어를 쭉 나열한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무슨 대화를 했을지 상상해본다.
예를 들어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이야기를 하는데 ‘lunch’와 ‘girls’라는 단어가 들린다면 이들의 대화는 아마도 ‘얘들아(girls), 점심 먹자’ 정도로 유추할 수 있다.
그 다음 자막과 함께 들으면서 다시 확인해 봐야 한다. 이 연습을 하다 보면 단어 몇 개만 듣고도 전체적인 맥락이나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단어, 기억의 흔적을 남겨라
자신이 공부하는 단어장이 100페이지라면 10, 20, 30…100페이지에 있는 첫 번째 단어, 두 번째 단어, 세 번째 단어 순으로 10개씩 외워보자. 한 번 외울 때마다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훑어나가면 단어장 중간 중간 기억의 흔적이 남아 어느 순간에는 한 권 모두를 볼 수 있다. ‘아 그 20페이지 첫 단어 바로 아래!’ 식으로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