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한부모가정 양육비 지원 12세되면 ‘뚝’… “중고생때 돈은 더 들어가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최모 씨(39)는 지난해 아내와 이혼한 뒤 홀로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아내와 헤어질 때 아이들은 “아빠와 살고 싶다”라며 최 씨 곁에 남았다. 월 17만 원의 사글세 생활.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꿋꿋이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최 씨의 한 달 수입은 약 115만 원.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상가에서 청소를 하며 45만 원을,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학원에서 차량 운행을 하며 70만 원을 번다.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벌이.

요즘같이 날씨가 추울 땐 세 부자는 꼭 붙어 잠을 잔다. 난방비가 많이 나올까 봐 기름보일러도 함부로 못 땐다. 창문에 바람 막는 비닐을 붙였지만 방은 냉랭할 뿐이다.

아이들의 휴대전화는 정지해 놓은 지 오래다. 통신비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특한 아이들은 한 달에 1만∼2만 원의 용돈밖에 못 받아도 불평하지 않는다. 게다가 큰 아들(17)은 토요일마다 틈틈이 공장 아르바이트를 해 돈까지 벌어 온다.

여성가족부는 최저생계비의 130% 이하를 버는 저소득 한부모 가족에게 아동양육비를 매달 7만 원씩 지원한다. 최 씨와 같은 3인 가구의 경우 소득이 월 163만8410원 이하라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 씨는 이보다 훨씬 적은 소득을 얻는데도 양육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12세 미만일 때에만 양육비를 지원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최 씨처럼 자녀가 중고교생이면 아이가 둘이라 해도 자녀양육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저소득층의 한부모 가족 아동양육비는 2005년부터 8년간 월 5만 원이었다가 올해 8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여전히 12세 미만의 자녀를 키울 때만 지원한다. 중고교생이 있는 저소득 한부모 가족에겐 연간 5만 원에 해당하는 학용품비만 준다.

여성부에 따르면 12∼18세의 자녀를 둬 양육비 지원을 못 받는 저소득 한부모 가족은 2011년을 기준으로 9만1000명에 이른다. 이들을 지원하려면 764억7000만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황은숙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장은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는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실제 12세 미만에게만 양육비를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자녀가 중고교생이 되면 양육비가 더 많이 드는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저소득 한부모 가족 아동 양육비 지원 연령을 18세 미만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저소득층의 기준도 최저생계비의 150% 미만으로 조정하고, 양육비 지원 금액도 15만 원으로 인상한다고도 했다. 여성부에 따르면 이 공약을 실행하려면 약 4340억 원이 필요하다.

오종인 한울타리한부모회 회장은 “많은 한부모 가정이 이 공약을 보고 박 당선인을 지지했기에 꼭 이뤄질 거라고 믿고 있다”라며 “중고교생에게도 양육비를 지원한다면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한부모 가족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민경진 인턴기자 부산대 국문학과 4학년  
#한부모가족#양육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