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지방자치]<하>해결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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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5일 03시 00분


“지방분권이 행정효율 높여… 조례입법권-지방세 확대 나서야”

“런던은 부시장이 9명, 파리는 20명이나 됩니다. 서울시는 적어도 5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시는 조직을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일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지방자치의 제약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막는다고 봅니다.”

지난해 말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에 도시재개발청과 관광청을 만들고 싶은데 인사나 조직, 재정의 권한이 모두 중앙정부에 있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 ‘자치’ 권한 없는 지자체

지자체들은 자율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지방재정 구조와 함께 터무니없이 작은 지방정부의 권한이 지방분권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지방자치법 및 대통령령에 지자체들의 부단체장 수와 조직의 실, 국, 본부 수 등이 모두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마음대로 조직을 신설하거나 바꾸기가 쉽지 않다. 박 시장의 발언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자체의 자치입법권한인 조례 역시 현행 지방자치법에 의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제정할 수 있다. 조례 위반 시에도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만 물릴 수 있어 다양한 벌칙조항을 둘 수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금은 법률에 ‘지자체의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한 부분만 조례로 만들 수 있어 지자체들이 조례 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방분권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집에서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각 지방이 각자 스타일로 발전해 가면서 그 총합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복지사업은 전적으로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등 국고 보조 사업의 조정 △지방세 확대 △지방세를 취득세 중심에서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중심으로 개편 △복지사업의 국고 보조율 인상 △지방재정부담심의위 기능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 시도, 박근혜 당선인 만나 지방분권 건의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줄 것을 건의할 계획이다. 시도지사협은 박 당선인의 지방분권 공약을 토대로 15개항의 요구사항을 정리했다. 행정제도 및 재정 분야 개선 과제와 지방분권 추진을 위한 추진체계 구축 방안으로 나누었다.

지방행정 개선 분야에서는 조례입법권 범위 확대와 자치조직권 강화, 지방정부에 대한 국가감사제도 폐지가 있다. 민생 치안 강화를 위한 자치경찰제 도입과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통한 지방자치-교육자치의 일원화도 포함돼 있다.

지방재정 개선 분야에서는 현행 980개 사업에서 53조 원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국고 보조 사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중립적인 국고보조사업조정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조정위를 통해 불필요한 중앙정부의 세출사업을 줄이고 국비 보조율도 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를 확대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현행 8 대 2에서 6 대 4로 단계적으로 전환하자는 내용도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 책임성 강화를 위해 재정 운용 결과에 따라 공무원의 급여 및 수당 등을 가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담겨 있다.

시도지사협은 지방분권 추진을 위해 현재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방분권촉진위원회의 위상을 높여 중앙행정기관으로 확대 개편할 것과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협력체인 ‘중앙-지방정부 협력회의’ 구성, 지방자치 규정을 보강한 헌법 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 김관용 시도지사협의회장… “보육 등 국가적 복지 전액 국비로 전환해야” ▼

“행정의 효율성과 민주성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방분권입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김관용 경북지사(사진)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지방분권국가인 스위스와 독일은 유럽의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하고 있다. 이를 봐도 지방자치를 통한 국정운영의 민주성과 효율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논란이 되고 있는 영유아 보육료 재원 문제에 대해 “보육은 중앙이나 지방 모두 나서서 국가 전체 차원에서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국가적·일률적 복지 사업은 중앙정부의 재원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국가부담비율을 70% 이상으로 조정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전액 국비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 정부에서는 사회복지 분야를 포함해 국고보조사업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중앙·지방 정부 간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취득세 감면 논의에 대해서도 “시도 세금의 40%가량을 취득세가 차지한다”며 “취득세를 감면하려면 지방세 감소분 보전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김관용#시도지사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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