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한국외대 ‘1+3 국제특별전형’ 폐쇄… 학생 수백명 오갈 데 없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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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유학원 돈벌이에 멍드는 청춘

1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총장실에서 농성 중이던 학부모들이 ‘1+3 국제특별전형’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폐쇄 명령을 잠시 중지하라는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자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가처분 결정에 항고하고 ‘1+3’ 전형의 합법성을 다루는 본안 소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총장실에서 농성 중이던 학부모들이 ‘1+3 국제특별전형’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폐쇄 명령을 잠시 중지하라는 가처분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자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가처분 결정에 항고하고 ‘1+3’ 전형의 합법성을 다루는 본안 소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수험생 강모 양(19)은 지난해 10월 중앙대가 모집하는 ‘1+3 국제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중앙대가 모집만 하고 미국 워싱턴 주의 한 대학 소속으로 현지 학위를 받는 전형이었다. 중앙대에서 교환학생 신분으로 1년간 30학점과 영어교육 960시간을 이수하고 미국에서 나머지 세 학년을 마치는 방식이었다. 강 양은 미국 대학 입학금 3000달러를 포함해 한 학기 수업료로 총 1만1580달러(약 1223만 원)를 냈다. 이미 대학 입학이 결정된 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충 치르고 나왔다.

하지만 강 양을 포함한 중앙대 ‘1+3 전형’ 합격생 210여 명은 수능 20여 일 만인 지난해 11월 29일 졸지에 ‘불법전형’ 응시자 신세가 됐다. 이날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강 양이 합격한 ‘1+3 전형’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폐쇄 명령을 내린 것이다.

교과부는 중앙대 등 20개 대학이 운영하는 ‘1+3 전형’을 국내외 대학의 공동학위 과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앙대는 ‘1+3 전형’은 국내에서 교환학생 자격으로 1년 동안 공부한 뒤 영어와 학점 등에서 일정 수준을 넘어야 미국 학교에 정식 입학하는 전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이들이 먼저 미국 대학에 입학한 뒤 국내에 들어온 학생이 아니어서 정식 교환학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중앙대 한국외국어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은 이 전형을 부설 평생교육원이 운영해 정식 고등교육과정으로 인정받을 수도 없었다.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는 뒤늦게 “불만은 있지만 교과부 조치를 따르겠다”며 정부 조치를 받아들이는 바람에 이번 사태가 난 것이다.

교과부는 이 대학들이 해당 전형을 운영하면서 유학원을 끼고 돈벌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학과 유학원이 미국 대학에 학생을 연결하면서 수십억 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는 K유학원에 이 전형 운영을 일임해 왔다. K유학원은 2011년 두 대학이 이 전형으로 거둔 수익 107억 원(중앙대 60억 원, 외국어대 47억 원) 중 39억 원을 받아갔다. K유학원은 지난해 50억여 원의 수익을 거둔 걸로 알려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이 유학원과 유착해 돈벌이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대학을 종합감사하고 국세청에 유학원에 대한 세무조사를 의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교과부도 2009년부터 시작된 이 전형의 위법성을 뒤늦게 제기해 피해 학생을 양산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대와 한국외국어대 ‘1+3 전형’ 합격자와 각각의 부모 100여 명씩은 지난달 12월 서울행정법원에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교육과정 폐쇄명령 취소청구’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14, 15일 각각 한국외국어대와 중앙대 학부모들이 단체로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결정에 따르면 교과부는 본안 소송 판결 선고 후 14일까지 폐쇄조치 집행을 멈춰야 한다. 교과부 측은 “일단 가처분 결정에 항고하겠다” 고 밝혔다.

중앙대는 ‘1+3 전형’ 폐쇄명령에 항의하며 총장실을 점거한 학부모들에게 15일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 전형 합격생들을 시간제 등록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시간제 등록생은 정규 학생이 아닌 일반인 자격으로 1년간 최대 24학점을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신분으로 24학점을 채운 뒤 나머지 6학점은 계절학기로 채우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허연 중앙대 사회교육처장은 ”학생들이 신분만 다를 뿐 이전과 똑같은 교육을 통해 미국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청강생과 다를 바 없는 시간제 등록생 자격으로 딴 학점을 미국 대학에서 정식 학점으로 인정해 줄지 의문”이라며 “처음 약속대로 교환학생 자격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1+3 국제특별전형#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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