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잃은 하류층 1997년 32%→ 2008년 40%
2006년 수십조엔 들인 ‘패자부활 대책’도 빛 못봐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중산층 사다리’의 붕괴 현상은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이 이미 10∼20년 전부터 겪어 온 사회문제다. 고도성장기에 재산을 축적한 50, 60대 장년층은 그나마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20대 젊은층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경제적 ‘하류(下流)화’를 겪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 계층 간 소득격차가 유난히 작아 사회 안정도가 높다는 점을 자랑해 온 일본은 청년층의 중산층 진입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격차(格差) 사회’ ‘하류 사회’라는 불명예까지 얻게 됐다.
1970년대 경제호황기의 일본은 인구가 1억 명을 넘고, 가계소득도 가파르게 상승해 ‘1억 총(總)중류사회(국민 모두가 중산층인 사회)’라고 자부했다. 이렇게 강력한 중산층 사회를 무너뜨린 것은 역시 혹독한 경기불황이었다.
1990년대 초반 ‘잃어버린 10년’에 돌입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 일자리를 계속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임시직이 양산됐고 소득분배도 급격히 악화됐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엔화 강세 현상으로 수출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며 중산층 가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997년 32% 선이던 ‘하류 계층’은 2008년 40%로 급증했다. 통상 일본에서는 근로자 연소득이 300만 엔(약 3540만 원) 미만이면 하류 계층으로 분류한다.
일본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몇 번이고 재도전이 가능한 사회’를 기치로 내걸고 저소득층 및 실업자 취업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종합대책을 추진했다. 또 금융위기 이후엔 수십조 엔을 쏟아 붓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수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저성장과 고용한파가 몰고 온 중산층 와해의 큰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래의 중산층’이 돼야 할 20, 30대 청년들의 좌절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의 한 결혼정보회사가 일본 ‘성인의 날’인 14일 올해 20세가 된 800명을 설문한 결과 47.6%가 “나는 부모 세대보다 더 잘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부모 세대보다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전체 응답자의 38.1%는 자신보다 미래의 자녀 세대가 더 어려운 생활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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