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유학원 불법 고발당하고도 수험생 모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중앙대와는 다르다”… 버젓이 입시설명회 열어
“합법적 등록생” 계속 홍보… 학생-학부모 추가피해 우려

#1. 1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총장실 앞. 학부모 50여 명이 ‘1+3 국제특별전형’을 원안대로 실시하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애초 이들의 자녀는 ‘1+3전형’에 따라 중앙대에서 1년, 해외 대학에서 3년 동안 공부해 해외 대학 학위를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전형을 불법으로 규정해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이들은 졸지에 재수생이 될 위기에 처했다.

#2. 같은 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H유학원. 직원이 교과부 철퇴를 맞은 ‘1+3전형’과 유사한 프로그램이 적힌 홍보책자를 내밀었다. “중앙대 합격생처럼 붙어놓고도 잘못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직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용은 중앙대와 유사하지만 이름을 ‘선(先)합격 프로그램’으로 바꿨다. 직원은 “중앙대와는 다른 프로그램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이달 초 교과부는 논란이 된 ‘1+3’이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유학원과 대학을 검찰에 고발했다. 중앙대 총장실이 사흘 동안 점거될 정도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야기했지만 유학원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정부 당국의 철퇴를 맞고도 반복되는 허위과장광고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계획을 16일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날 검찰에 고발된 12개 업체 중 서울 강남구, 서초구에 있는 8개 유학원을 찾았다. 일부는 “중앙대와는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면서 마케팅에 역이용하기도 했다. G유학원은 학생들을 서울 모 대학의 ‘시간제 등록생’으로 외국 대학의 1년 과정을 공부하게 한 뒤 미국 대학으로 연결시킨다. 이들은 이번에 혼란을 겪은 중앙대와 달리 불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인가받지 않은 외국 대학이 운영하는 과정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름만 바꾼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혼란을 가중시키는 곳도 있다. E업체는 ‘1+1+2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달 초 고발당했지만 지난주 버젓이 입시설명회까지 열었다. 1년 교육비는 2400만 원. 이들은 평생교육원으로 등록된 교습소에서 영어와 미국 대학의 교양 과목을 가르친다. ‘1+3’과 다른 점은 1년은 국내에서, 1년은 미국 내 하위권 대학에 진학한 뒤 명문대 3학년으로 편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문대 편입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평생교육원에서 들은 학점을 졸업사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맹점이다. 국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1+3제도’는 2010∼2011년에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미국 대학 진학 후 졸업까지의 결과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문제가 많지만 행정조치를 하는 데 필요한 근거 수집이 어려워 문제의 유학원 폐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중앙대 사태 이후에도 유학원이 철면피식 영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이유다. 교과부 평생학습정책과 김민수 주무관은 “불법 교습 유학원이 문을 닫을 경우 학습비 환불을 보장할 수 없다”며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학생과 학부모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신사임 인턴기자 이화여대 철학과 4학년  
#유학원#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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