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선고받은 ‘신지식인 1호’ 심형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직원 임금-퇴직금 9억 체불… 집유-사회봉사 80시간 선고
심씨 “물의 죄송… 항소할것”

16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3층 304호 법정. 한국 공상과학(SF) 영화의 선구자로 불렸던 영화감독 심형래 씨(55·사진)가 피고인석에 섰다. 2011년 11월 심 씨가 대표인 영구아트무비 직원 43명의 임금 및 퇴직금 8억9000여만 원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된 지 14개월 만이다. 감색 재킷 안에 회색 니트를 입은 그는 조금 부은 듯한 얼굴에 지친 표정이었다. 과거 ‘영구’ 캐릭터로 국민에게 큰 웃음을 줬던 익살스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영식 판사(형사6단독)는 이날 심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근로자 24명과 합의했지만 남은 근로자 19명에 대한 피해금액 2억5900여만 원이 남아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심 씨는 굳은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묵묵히 듣기만 했다.

선고 후 법정을 나선 심 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사회적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입을 열었다. 심 씨는 “어떻게든 우리 영화를 수출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다 내 불찰이다. 하루빨리 재기해서 직원들의 그동안의 고통, 임금을 갚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렇게 회사를 운영하지 않겠다. 영화 찍을 때만 돈을 주는 계약직을 쓰지 정규직 직원을 쓰는 것은 무리였다”며 제작자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곧 항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심 씨는 자금난으로 2011년 7월 제작사 문을 닫았다. 2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 ‘라스트 갓 파더’(2010년)가 흥행에 실패했고 영화 ‘디워’(2007년) 제작을 위해 빌린 55억 원을 갚으라고 금융기관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임금이 밀린 직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심 씨는 소송 과정에서 제작사 건물 등을 처분해 직원 24명과 합의했지만 나머지는 해결하지 못했다. 일부 직원은 심 씨가 카지노 도박을 일삼아 재정난이 심화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82년 KBS 특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심 씨는 KBS ‘유머 1번지’에서 ‘영구’ 캐릭터를 맡아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1993년 영구아트무비를 설립해 영화 제작자로 나서 1999년 SF 영화 ‘용가리’를 제작했다. 정부는 이 영화가 한국형 SF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점을 인정해 심 씨를 ‘신지식인 1호’로 선정했다. 영화 ‘디워’로 할리우드에 진출하기도 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심형래#실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