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 기름 유출 사고의 피해(손해) 총액이 약 7341억 원이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 가운데 주민들의 직접 피해액은 약 4138억 원이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그러나 주민이 신고한 피해 금액과 법원이 인정한 금액의 차가 커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지원장 김용철)은 기름 유출에 따른 피해 보상을 위한 사정재판을 마무리하고 16일 이 같은 내용의 결정문을 주민들에게 송달했다. 피해액은 피해 신고액 4조2271억 원의 17.37%가 인정돼 73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기름 유출 피해 금액 중 최고액이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국제유류기금·IOPC펀드)은 피해 신고액의 4.36%(약 1844억 원)만 인정했었다.
대전지법이 주민들의 직접 피해액으로 인정한 4138억 원은 피해 신청액 3조4952억 원의 11.84% 수준이다. 국제유류기금이 인정한 829억 원에 비해서는 약 5배다. 그러나 주민들은 “법원이 인정한 금액이 피해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다”라고 반발하며 민사소송까지 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 “법원 결정문 찢고 싶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피해액 산정 재판이 열린 이날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원실 앞. 자신의 피해 인정액이 46만 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태안군 남면 몽산포항의 횟집 주인 문승일 씨(46·태안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사무국장)는 “법원 결정문도 찢어 버리고, 보상금도 모두 내던지고 싶다”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기름 유출 사고 직후 낚싯배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그 후 5개월간 1300만 원의 피해를 봤다고 국제유류기금에 신고했지만 8만2000원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재판에 기대를 걸었건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대전지법의 결정은 기름 유출 사고 발생 5년여 만에 최초로 법원이 피해액(손해액)을 산출해 피해 주민들이 보상받을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원은 국제유류기금이 인정하지 않았던 다량의 유류 유입에 따른 바지락 등의 폐사를 인정했다. 관광업소, 음식점 등 비수산 분야의 손해 발생 기간을 2008년 12월까지로 3개월 늘려주기도 했다.
주민 피해 인정액 4138억 원 가운데 수산 분야는 3676억 원, 비수산 분야는 462억 원이었다. 법원은 “비수산 분야는 간접 피해인 데다 증빙자료가 충분하지 못해 금액이 적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수산 분야 종사자들은 “관광 분야 사정은 국제유류기금의 사정 결과를 복사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 어민 피해 범위 확대는 성과
주민 피해 금액 3조4952억 원 가운데 맨손 어업 등 피해를 신고한 어업자 9만249건(피해 신고액 1조2178억 원)에 대해 국제유류기금은 1.46%(177억 원)를 인정했지만 법원이 19.51%(2376억 원)를 인정한 것은 그나마 성과로 평가된다. 어민 3000여 명은 국제유류기금에 증빙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해 손해를 거의 인정받지 못했지만 법원은 동종 업계의 매출액과 종사자의 임금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6억 원가량을 손해로 산정했다.
이번에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1458억6400만 원 범위에서 허베이스피릿사가 부담한다. 이를 초과하면 국제조약에 따라 3298억4860만 원의 한도 내에서 국제유류기금이 부담한다. 이 금액이 넘을 경우 유류오염사고 지원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부담한다. 사고 당시 바지선으로 충돌을 일으킨 삼성 측은 법원이 결정한 선주책임 한도액 56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법원 결정에 대해 피해 주민과 허베이스피릿사, 국제유류기금 등 어느 한쪽이 이의를 제기하면 민사소송이 시작된다. 태안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국응복 회장은 “국제유류기금이 민사소송을 한다면 보상은 더 늦어지고 소송비용 또한 막대할 것”이라며 “일부 주민은 민사소송을 원하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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