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안서 고구려 비석 발견… 광개토대왕비보다 앞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학계 “역사적 가치 매우 높다”

중국문물보가 4일 공개한 고구려 비석의 탁본. 한국고대사학회 제공
중국문물보가 4일 공개한 고구려 비석의 탁본. 한국고대사학회 제공
중국 지린(吉林) 성의 광개토대왕비 인근에서 세 번째 고구려비가 발견됐다고 중국 정부가 최근 발표했다. 국내 학계에서는 발표가 사실일 경우 광개토대왕비나 충주고구려비(중원 고구려비·국보 제205호)보다 이른 시기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중국 국가문물국(문화재청에 해당)은 4일 ‘중국문물보’에 “지린 성 지안(集安) 시의 마셴(麻線) 향 마셴 촌에서 고구려 비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29일 한 주민이 발견한 것을 검토한 결과 고구려 비석이 분명하다는 내용이다. 이는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16일 한국고대사학회 홈페이지에 게재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발견된 비석은 높이 173cm, 너비 60.5∼66.5cm로 위아래 부분이 부서진 상태다. 정면 글자는 한자 예서체로 10행 218자가 새겨졌는데, 현재 판독이 가능한 글자는 140자다. “시조 추모왕(주몽)이 나라를 창건하니라(始祖鄒牟王之創基也)” “하백의 손자(河伯之孫)” “(추모가) 나를 일으켜 후대로 전해졌다” 등의 구절은 광개토대왕비에 새겨진 내용과 비슷하다.

국내 학계에서는 특히 “연호(煙戶·일반적으로 인가·人家를 의미)를 배치해 사시(四時)로 제사에 대비하게 하고”와 “부유한 자들이 수묘인(守墓人·묘지관리인)들을 함부로 사고팔 수 없다”는 구절에 주목하고 있다. 왕명을 전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광개토대왕비에는 “광개토대왕이 조선왕(선왕)을 위해 묘에 비를 세우고 그 연호를 새겨 섞이지 않도록 했다”는 구절이 있다. 서영수 단국대 교수는 “광개토대왕비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칭송하기 위해 아들 장수왕이 세운 것이라고 봤을 때 ‘왕의 지시’가 담긴 이 비석은 광개토대왕 통치 시절에 세워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베이징=이헌진 특파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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