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는 시내 한가운데 있고 5개 구청 가운데 가장 오래돼 ‘대들보 구청’으로 불린다. 서울로 치면 중구나 종로구에 해당한다. 대전 중구청이 요즘 구청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비리를 저질렀다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온갖 망신을 사고 있다.
16일 감사원에 따르면 박용갑 중구청장은 측근 인사를 승진시키기 위해 근평순위(인사평가)를 바꾸도록 평가위원들에게 지시했다. 승진 순위 9위인 측근 직원을 4위로 바꾸도록 했다. 맘에 들지 않는 직원은 다른 기관으로 강제로 내쫓았다. 감사원은 박 구청장을 직권 남용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2010년 문을 연 선화동 국민체육센터는 여전히 잡음투성이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체육센터는 개장 초부터 부실공사 지적이 나왔고 수영장과 헬스클럽 회원들은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공무원들의 비리 때문이었다. 센터를 관리 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이 센터 위탁 운영자로부터 4700만 원 상당의 접대 향응을 받은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공무원들은 센터 운영자에게 “자격 요건(운영자격)이 안 되는 것을 해 줬으니 자주 만나자. 우리에게 잘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노골적으로 1000만 원가량의 술값도 요구했다. 집행부를 감시해야 할 구의회 의원마저 운영자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 견디다 못한 센터 운영자가 처벌까지 감수하고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중구청의 다른 공무원은 지난해 개인 회사인 동굴형 수족관 대전 아쿠아월드 측에 자녀와 친인척을 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었다. 아쿠아월드의 일부 공사를 자신의 대학원 지도교수가 맡도록 알선한 공무원까지 있었다.
최근 중구는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옮기면서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다. 3월에는 충남도교육청(문화동)이, 9월에는 충남지방경찰청(선화동)이 내포신도시 옮겨간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도 모자랄 상황이다. 지난해 전국 16개 시도에서 ‘청렴도 1위’라고 자랑했던 대전시에도 책임이 있다. 중구청의 비리가 ‘손톱 밑 가시’ 수준을 넘어 ‘가슴 한가운데 대못’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철저한 감독과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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