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전 9시부터 경인방송 iTV FM(90.7MHz)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박근혜의 뮤직박스’를 듣는 청취자들은 잠시 이런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진행자 박근혜(朴槿惠·40·사진) 씨는 박 당선인과 이름이 같고 한자까지 똑같다.
지난해 3월부터 ‘박근혜의 뮤직박스’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아버지가 결혼 5년 만에 얻은 첫딸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소에서 이름을 5개 받았는데 그중에서 ‘근혜’를 골랐다”며 “주변에서 반대했는데도 큰일을 하라는 뜻에서 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KBS 슈퍼탤런트 1기 출신으로 탤런트 차태현, 송윤아와 동기다. 대학에서 천문기상학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같은 해 KBS 기상캐스터로 데뷔했다. 그 뒤 1997년 개국한 경인방송 iTV의 아나운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박 당선인과 우연한 기회에 만난 적도 있다. 2001년 한나라당 부총재를 맡고 있던 박 당선인이 iTV가 주관한 TV 토론에 참가하기 위해 분장실에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박 씨도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을 앞두고 옆자리에서 분장을 받고 있었다.
그때 박 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연출보조(FD)가 문을 열고 들어와 큰 소리로 “박근혜 씨, 준비 다 됐어요?”라고 외쳤다. 박 당선인이 같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FD의 실수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FD를 쳐다봤고, 그제야 박 당선인을 발견한 FD는 당황한 채 박 씨를 가리키며 “아니, 박 아나운서가 준비 다 됐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박 당선인은 박 씨가 자신과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박 씨에게 “이름이 박근혜인가요?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들은 분장 받는 내내 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박 당선인과 이름이 같다 보니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청취자들이 보내는 문자메시지 사연에는 박 당선인과 관련된 글이 쇄도했다. 박 당선인을 지지하는 청취자는 ‘원칙과 소신이 있는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반대하는 청취자들은 대선 전 1주일 동안 박 당선인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집요하게 올렸다.
하지만 대선 다음 날에는 사연의 상당수가 ‘당선 축하한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이기도 한 그는 “청취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 드릴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