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슈바이처 꿈이 더 커졌어요” 대구 고교생 54명 파티마병원서 의사 인턴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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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대구파티마병원의 고교생 의사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구지역 고교생들이 장증태(쟌마리) 원장수녀(왼쪽에서 두 번째), 김연재 호흡기 내과 과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파티마병원의 고교생 의사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구지역 고교생들이 장증태(쟌마리) 원장수녀(왼쪽에서 두 번째), 김연재 호흡기 내과 과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픈 몸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구효성여고 1학년 이다슬 양(18)은 17일 “슈바이처 같은 의사가 돼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이 16, 17일 마련한 ‘고교생 의사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이다.

영남고 1학년 박현곤 군(18)은 더 의젓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 군은 “의사들이 수술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 ‘생명을 위한 노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했다”며 “의사가 되든 안 되든 생명을 깊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다른 한 학생은 “말기 암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또래가 ‘밖에 나가 마음껏 걸어보는 게 소원이다’라는 말을 했을 때 눈물이 났다”며 “건강한 몸으로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9, 10일과 16, 17일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구지역 고교 1학년은 54명.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도 있고 호기심에서 참가한 경우도 있다. 잠깐 병원을 둘러보는 견학이 아니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틀 동안 20시간을 의료진과 떨어지지 않는 빡빡한 일정이다. 오전 8시 의료진이 모여 중증 환자의 치료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집담회부터 수술실 체험, 환자 회진 등 병원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과정을 함께했다.

16일 병원에서 만난 고교생들은 “학교에서는 접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았다. 협성고 1학년 곽태원 군(18)은 “의사는 편하게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겪어보니 생명에 대한 봉사정신이 확실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 같다”고 했다. 혜화여고 1학년 김승은 양(18)은 “의사들이 환자의 표정까지 자세히 살피면서 소통하는 모습은 뭉클했다”며 “의사의 인격이 높아야 환자도 빨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이 이처럼 독특한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지난해 1월. 매년 1, 2회 정도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독일의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1956년 개원한 파티마병원은 100개 부서에 1500여 명이 근무하는 대학병원급 종합병원이다. 병원이 대구 동구 신암동 언덕에 자리 잡은 이유는 6·25전쟁 후 이곳에 형성된 빈민촌 주민에게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장증태(쟌마리) 원장수녀는 “학교 폭력이 많이 생기는 현실을 보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환자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면 학교 폭력을 줄이고 인성도 가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다. 진료와 연구에도 정신없이 바쁜데 이런 프로그램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교생들이 “질병과 치열하게 싸우는 의료진과 병원의 역할을 비로소 알게 됐다”는 반응이 나오자 의사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김연재 호흡기내과 과장은 “참가한 학생들이 ‘의사는 돈벌이가 아니라 봉사’라는 말을 할 때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설레며 의사를 시작했던 초심이 일에 쫓겨 흐릿해졌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나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대구파티마병원#고교생 의사 인턴십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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