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제주지역 소방공무원 36명이 초과근무수당 10억2000만 원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제주지법에 제기했다.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수당을 달라는 것이었지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소방공무원들이 본업을 미룬 채 ‘돈’만 밝힌다는 눈총이었다. 소방공무원들은 근무여건을 개선하려는 본래 의도가 왜곡되는 것이 가슴 아팠다. 소방공무원들은 판결에서 이길 경우 반환되는 수당원금의 일정 금액을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국적으로 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줄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2011년 5월 제주지법은 소방공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급 결정금액은 9억7000만 원. 하지만 제주도가 항소하면서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자도 쌓여갔다. 보다 못한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해 말 항소심 판결 이전이라도 소방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초과근무수당 미지급금을 우선 지급하라고 조치했다. 소송을 제기한 36명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초과근무수당 원금 8억5000만 원에 이자를 포함해 12억1000만 원을 최근 손에 쥐었다.
소방공무원들의 통장에 돈이 입금되자 당초 소송 과정에서 의견을 모았던 기부행사를 곧바로 준비했다. 초과근무수당 원금 중 10%를 기부하기로 했다. 퇴직 공무원 등을 제외하고 34명이 참여했다. 전체 기부금은 8000만 원으로 이 가운데 4000만 원을 17일 오전 제주도소방본부 회의실에서 비영리공익재단인 아름다운가게에 전달했다. 기부금은 제주지역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교육비 및 의료비, 취약계층의 정서치료를 위한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 등에 쓰인다.
소방공무원들은 나머지 4000만 원도 의견을 모아 기부할 예정이다. 소송대표를 맡은 고우철 소방장(42)은 “소송 목적은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어려운 근무여건을 개선해 사명감을 갖고 본업에 충실하자는 의도였다”며 “기부금액이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400만 원으로 다르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되자는 마음은 같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제주지역 김국주 공동대표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소중한 수당으로 모은 기부금이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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