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초. 산림청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0차 총회 준비기획팀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해 10월 10일부터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총회에 북한 대표단이 참석할 거라는 내용이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당시 “산림 황폐가 심각한 북한이 총회에 참석하면 중국, 몽골 등과 더불어 동북아 지역 사막화의 심각성을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경색돼 북한 대표단의 참가는 무산됐다. 당시 북한 대표단 4명은 총회에 참석하려고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토목공학과)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북한의 심각한 산림황폐에 따른 산사태 예방을 위해 2014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산사태 워크숍에 북한 학자 참석을 지방정부 차원에서 요청해 달라는 것. 이 교수는 “박 시장이 서울-평양 간 ‘경평 축구전’을 부활하자고 제안한 바 있어 서울-평양의 자연재해(산사태) 공동대처를 위해 참석 타진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의 산림 복구를 위해 한국이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산림 분야 주무 부처인 산림청뿐 아니라 지방정부 기업체 사회단체 학계 국제기구 등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민둥산 면적은 모두 284만 ha. 서울 면적의 47배에 이른다.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민둥산 면적은 더 커지고 있다. 그로 인해 물 관리 부실에 따른 잦은 재해, 용수 부족 등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기 위한 우리 측의 노력은 그동안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정부 및 민간단체, 지자체 등에서 솔잎혹파리 등 산림 병해충 방제를 위한 약제를 지원(7만8000ha)했다. 총 333ha에 나무를 심고 8개 양묘장도 조성했다. 하지만 이후 연평도 포격 및 천안함 폭침사건 뒤 남북 간 교류는 중단됐다. 2002년과 2005년 남북 당국자 간 회담에서 임진강 상류의 치산치수에 필요한 묘목 제공 및 양묘장 조성에도 합의한 바 있으나 역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과 함께 산림 복구 지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산림청은 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개방 가능 지역부터 산림복구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금수강산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산림청은 우선 산림복구 기초시설인 양묘장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우리나라의 치산녹화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인적, 기술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주민 소득, 에너지, 식량 문제 해결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제3국 또는 국제기구를 활용해 북한이 자체적으로 산림복구를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대 김성일 교수(산림과학부)는 러시아 빅토르 테플리야코프 박사와 함께 쓴 ‘북한 재조림’에서 “북한 산림을 복원하기 위한 지원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자연자원의 이용과 기후변화 대응, 탄소배출권 확보와도 연결된다”며 “정부는 산림 복원에 대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책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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