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의 감사 결과는 ‘총체적 부실’로 요약된다. 이는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가 국내 환경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해온 역점 사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예정대로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차질이 불가피한 데다 태국 등 해외에 수출하려던 4대강 사업 관련 프로젝트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4대강추진본부는 “감사원이 일부 문제를 부풀렸고 시민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부실 감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 시설물 설계도, 수질 관리도 엉망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보의 내구성 부족 △수문의 안전성 부족 △수질 관리 부실과 이로 인한 음용수의 안전성 저하 △불합리한 준설 계획 △과다한 유지관리비 책정으로 인한 사업비 낭비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감사원은 우선 4대강 보를 비롯한 주요 시설물의 설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4대강 보는 높이가 최대 12m에 이르는 대규모 보인 데다 수문 개방 시 빠른 유속에 의해 하천의 바닥이 파헤쳐지는 세굴 현상으로 안전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유속을 줄일 수 있는 보 바닥보호공을 충분히 설치해야 하는데 국토해양부는 이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4m 미만의 소규모 보에 해당하는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포보를 제외한 15개 보에서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최대 20m 깊이에 이르는 세굴 피해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구미보 등 12개 보는 수문을 열고 닫을 때 유속의 충격이 설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수문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칠곡보 등 3개보는 상·하류의 하중조건을 잘못 적용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수문이 훼손될 상황에 놓여 있다.
수질 관리도 낙제점이었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조류 농도 등을 따져가며 엄격히 수질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환경부는 일반적인 하천에 적용되는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만을 놓고 수질을 평가했다. 환경부는 현재 66개 권역의 수질목표 달성률이 86.3%에 이른다고 주장하지만 호소(湖沼) 2급수 조류 농도 기준을 적용하면 그 수치는 37.5%에 그친다.
감사원은 또 국토부가 사업효과나 경제성을 검토하지 않고 대규모 준설 등을 일괄적으로 추진해 2880억 원의 유지관리 비용(2011년 기준)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야당과 국민들이 지적해 왔던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감사원의 감사로 다시 확인된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이에 대한 정치적, 사법적 책임을 엄중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당혹스러운 청와대-4대강 관련 부처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환경부 등은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일부 보완하면 문제없다”고 주장했던 보의 세굴 현상이나 수질 악화 모두 설계부터 잘못된 것이란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2월 말까지 존속되는 4대강추진본부 관계자들은 감사 결과가 나오자 홍형표 사업부본부장 이하 모든 직원들이 외부 전화를 받지 않은 채 회의에 들어갔다.
4대강추진본부는 “향후 감사원 의견을 참고해 사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박 자료도 즉각 내놨다. 4대강추진본부는 “보의 바닥보호공은 설계 기준이 없어 해외에서도 건설 후 보강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2011년 이후 홍수기에 유실된 바닥보호공은 모두 보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준설량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0년 빈도의 홍수에도 안전하도록 하고 물 확보 측면에서 여유 있게 설계했다”며 “공청회와 관계부처 협의,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4대강추진본부의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을 의도적으로 반대해 온 환경단체들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한 감사 결과”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것인 만큼 주무 부처들이 대응할 일”이라며 언급을 자제했지만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감사원의 2011년 1차 4대강 감사 결과 발표 때에는 ‘별문제 없다’고 했다가 정권 말기가 되니까 ‘총체적 부실’ 운운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1차 때에는 사업 초기 계획의 타당성 감사였고, 이번에는 사업 이행 및 결과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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