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밑 가시’를 뽑자]<6>‘대로변 마당있는 집’만 게스트하우스 자격 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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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8일 03시 00분


“현행법상 게스트하우스는 넓은 도로변에 맞닿아 있어야 하고 마당에는 꽃, 도로 쪽에는 나무까지 심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어떻게 다 갖출 수 있겠어요? 저도 세금 내고 떳떳하게 영업하고 싶습니다.”

16일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에서 5분을 걸어 도착한 마포구 서교동 주택가의 L게스트하우스. 어디에도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폭이 3m쯤 돼 보이는 길로 어쩌다 드나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고서야 게스트하우스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운영자 정모 씨(51)는 “사업자등록을 안 해 간판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무허가 영업, 즉 불법이다. 젊음의 거리, 홍익대 주변에 몰려 있는 100여 곳을 포함해 국내 게스트하우스 대부분은 이처럼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

정 씨는 지난해 6월 섬유사업을 접고 보증금 4000만 원, 월세 280만 원으로 방 4개를 빌려 사업을 시작했지만 홍보에 애를 먹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이 없으면 외국인이 많이 이용하는 ‘아고다’(www.agoda.com) 같은 숙박 중개 사이트에 등록할 수 없어요. 간판만 달 수 있어도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이 보고 들어올 텐데….”

신용대출이나 소상공인 지원자금은 꿈도 꿀 수 없다. 단속은 거의 없지만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중위생관리법상 무허가 숙박업소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지역의 관광숙박시설은 폭 12m 이상 도로에 4m 이상 접해 있어야 하고, 대지면적의 20% 이상에 조경을 하고, 경계선엔 수림대를 조성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4차로 도로변에 녹지를 갖춘 마당, 나무로 경계선을 만든 주택이라야 게스트하우스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도시민박 등록땐 규모 제한… 게스트하우스 수입 급감 ▼

그러나 막상 게스트하우스들은 기존 주택의 별실을 활용하거나 빈방을 빌려 손님을 맞는 것이 대부분이다. 도로변 상가는 임차료가 비싸고 난방시설 화장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엄두도 못 낸다. 홍대입구역을 나와 정 씨의 게스트하우스 쪽으로 가다 보면 비슷한 숙박시설이 즐비하지만 4차로 도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현재 호스텔업으로 등록한 게스트하우스는 전국에 12개밖에 없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중저가 숙박시설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실상은 거꾸로다. 지난해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돼 올 상반기(1∼6월) ‘도로 폭 12m’ 규정이 8m로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4차로나 3차로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들의 의견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게스트하우스를 민박으로 바꿔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는 사례도 있지만 벌이가 시원찮다. 4년 전부터 서울 한 지역에서 무허가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한 김모 씨는 지난해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 뒤 수익이 월 2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총면적이 230m² 미만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방을 14개에서 5개로 줄인 탓이다. 그는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 내고 사업하려다 생계에 타격을 입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도시민박은 내국인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같은 민박이라도 농촌은 되고 도시는 안 되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도시민박을 하는 안모 씨(55·여)는 “얼마 전 조카들을 데리고 서울 구경을 온다는 손님에게 (불법인 줄 알면서도) 방을 줬다”며 “남편이 은퇴하고 민박으로 한 달에 80만 원가량 버는데 내국인이라도 안 받으면 생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게스트하우스#대로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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