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강사인 유모 씨(32·여)는 지난해 7월 강남경찰서에 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모 씨(58)가 모는 모범택시를 타고 가던 중 학동역 앞에서 신호 대기로 차가 정차한 사이 이 씨가 자신의 허벅지를 만졌다는 것이다.
진술은 엇갈렸다. 경찰서에 소환된 이 씨는 “절대 추행하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오히려 자신은 술에 취한 손님을 위해 목적지에 도착해 뒷문까지 열어줬는데 갑자기 유 씨가 멱살을 잡고 때렸다고 했다. 사건 현장에는 둘뿐이어서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숨겨진 목격자가 있었다. 택시 안에 설치된 ‘블랙박스’였다. 유 씨가 택시를 탄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가 고스란히 녹화돼 있었다. 이 씨가 유 씨를 추행하는 장면은 없었다. 오히려 유 씨가 이 씨를 구타하는 모습이 나왔다.
유 씨는 녹화된 화면을 본 뒤에야 거짓임을 털어놓았다. “골목길로 들어가 집 앞에 내려 달라고 했는데 택시운전사가 거절해 화가 났다.” 그는 이 씨에게 사과한 뒤 고소를 취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안미영)는 무고 및 폭행 혐의로 유 씨를 지난해 말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거짓말 때문에 택시운전사가 강제추행범이 될 뻔했다. 고소를 취소한다고 무고죄가 성립되지 않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