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충남 서산 태안 일대는 전국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이 지역은 인근에 큰 강이 없어 상습적으로 가뭄에 시달리는 곳인 데다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가뭄에는 관정업자들마저 손을 놓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에 시달렸다.
가뭄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곳 농민들의 눈물을 훔쳐 줄 수 있는 희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이효숙)이 최근 이 지역에서 지하수 개발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 관정업자 포기한 지역서 지하수 확보
이 연구원의 지구환경연구본부 지하수연구실은 지난해 11월 22일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 일대에서 지하수 시추 작업을 벌여 57∼60m 깊이에서 지하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하수연구실 윤희성 박사는 “정확한 수량은 앞으로 수리시험을 거쳐 산정해 봐야겠지만 현장 시추 상황으로 미루어 약 하루 70t의 수량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지역의 지형과 지질의 특성, 필요 수량(농업용수 하루 50t)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지하수 확보는 단순한 관정 개발 성공과는 다르다.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에서는 가뭄이 들 때마다 생활·공업·농업용수 부족 사태가 빚어져 제한급수를 하거나 급수차를 보내는 응급조치를 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정 개발에 나섰지만 성공률이 낮아 관정업자들마저 기피했다. 관정 개발은 물이 나왔을 경우에만 돈을 지급하기 때문에 업자들은 실패 확률이 높은 상습 가뭄지역에선 관정을 뚫으려고 하지 않는다.
태안군은 지난해 6월 25일 연구원에 “가뭄 피해에 시달리는 이 지역의 지하수 개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긴급 요청을 했다.
○ 상습 가뭄 근본대책 매뉴얼 작성이 관건
지하수 개발은 쉽지 않았다. 지하수연구실은 해당지역 물리탐사를 통해 지하수 탐사 성공 가능지역을 선정하고 7월 3일 150m 깊이까지 1차 시추를 했으나 실패했다.
연구실은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로 탐사팀을 편성해 지하수 현황에 대한 물리탐사와 탐문조사, 조사 수치의 모델링 작업, 국토지질연구본부와의 공동 지질조사 등을 통해 추가 시추 지점을 선정했다. 이어 11월 22일 시도한 2차 시추가 성공한 것.
지하수연구실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가뭄 취약 지역 지하수 탐사에 대한 매뉴얼을 작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의 가뭄 대책은 가뭄이 들었을 때 부랴부랴 관정 개발에 나서는 식의 응급처방 위주로 이뤄졌다. 예산 낭비가 심했을 뿐 아니라 지하수 난개발과 그에 따른 지하수 오염의 문제가 야기됐다.
지하수연구실 하규철 실장은 “과학적 방법으로 지하수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매뉴얼을 만들어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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