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기타 마지막 공장 가동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스윙뮤직 국내생산 접어

“어떻게든 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투자자도 모으고, 신규 설비 투자도 해봤죠. 하지만 이제는 ‘한국에서는 더이상 힘들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국산 브랜드 ‘스윙기타’를 만드는 스윙뮤직 김태영 대표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스윙뮤직은 지난해 12월 31일 경기 파주의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공장에서의 직접 생산을 중단한 것. 공장은 하청업체에 무상으로 빌려줬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세고비아’ 이후 국내 기타 브랜드가 차례로 국내 생산을 중단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국산 브랜드 기타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

파주는 1970년대 통기타 음악의 열풍 속에 유행했던 ‘세고비아’의 국내 제조 공장이 있던 곳이다. 세고비아는 1954년부터 기타를 만들던 새한악기의 김진영 전 대표가 만든 국산 브랜드다. 새한악기가 1996년 부도를 내자 일자리를 잃은 20∼30년 경력의 장인들은 근처의 영세한 공장으로 들어갔다. 스윙뮤직 파주 공장에도 50세가 넘은 세고비아 출신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공장이 생산을 중단한 뒤로는 일손을 놓은 상태다.

스윙뮤직은 공장 가동 중단을 막으려 애썼다. 40만∼90만 원대의 기타를 생산하는 고급화 전략도 써봤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한국에서 기타 제조업은 시장이 너무 좁다. 제조업체를 모두 합쳐도 잘나가는 중소기업만도 못한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 제조업이 쇠퇴한 이유는 생산원가는 오르는 데 비해 제품 값은 크게 변동이 없어 이익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국내 브랜드 공장들은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지로 옮겨갔다. 스윙뮤직도 국내와 인도네시아 공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전략을 썼지만 더는 힘들다는 계산이다.

젊은층의 기타 제조업 기피 현상도 또 다른 원인이다. 김 대표는 “면접 때는 ‘기타 제조를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라고 장담하던 젊은이들이 막상 공장의 소음, 먼지, 넓은 컨베이어 벨트를 보면 표정이 달라지고 두세 달쯤 지나면 슬그머니 사라진다”며 안타까워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스윙기타#제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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