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 한의원 차려놓고… 가짜 진단서 발급해 꿀꺽
허위로 입원한 일가족 등… 58개 병원서 4059명 적발
“바쁘면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해도 됩니다.”
2011년 4월 문을 연 경기 파주시의 A한의원은 여느 병원과 달리 입원 환자들에게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했다. 그 대신 이 병원은 환자들에게 외출과 외박을 다녀온 사실을 주변에 말하지 않도록 입단속을 시켰다.
환자들의 휴대전화는 병원에 맡기도록 안내했다. 수사기관이 통신 수사를 하더라도 환자가 병원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것. 마찬가지 이유로 동사무소에서 등본을 떼거나 신용카드를 쓰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환자들을 교육시켰다. 하루 3번 회진을 했고 환자가 하루에 몇 번 식사를 했는지까지 허위 진료기록을 꼼꼼하게 작성해 뒀다.
이 병원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명의를 빌려 세운 ‘사무장 병원’이었다. 사무장 김모 씨(64)는 자금 압박으로 고민하던 한의사 강모 씨(51)를 원장으로 고용한 뒤 병원 이사장 행세를 했다. 그는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240여 명의 입원 기간을 늘리거나 가짜 진단서를 발급해 4억9000만 원가량을 챙겼다.
돈을 챙긴 건 병원만이 아니었다. 주부 이모 씨(47)는 40여 일 동안 이 한의원에 허위로 입원해 277만 원을 타냈다. 이어 남편, 동생, 어머니까지 가짜로 입원을 시켜 1282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 한의원의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박모 씨(50)는 병원에서 공사비를 받는 대신 23일간 입원한 것으로 가짜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사로부터 190만 원을 챙겼다. 이런 식으로 240여 명이 A한의원을 통해 부정 수령한 보험금만 14억 원이 넘었다.
최근 환자와 공모한 의료기관 보험 사기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급금을 더 챙기고 보험 가입자들은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는 식이다. 이런 보험 사기가 늘수록 전반적인 보험료가 올라 선량한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5월부터 허위 입원 병원, 사무장 병원 등에 대해 대대적으로 기획조사를 실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결과 전국 병·의원 58곳에서 허위로 보험금을 수령한 보험가입자 3891명, 의료기관 관계자 168명 등 총 4059명이 적발됐다.
이런 보험 사기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이 적발한 의료기관의 허위 및 과다 진료비 적발 금액은 2009년 193억 원에서 2011년 442억 원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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