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우리 시민이 관심 갖고 감시해야 시의회 제 역할 한다는 것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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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 작년 대전 공립유치원 예산 삭감 파동의 교훈

21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시의회 1층 홍보관. 시민들에게 박정현 시의원(오른쪽)이 시의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21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시의회 1층 홍보관. 시민들에게 박정현 시의원(오른쪽)이 시의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지난해 말 대전시의회의 공립 유치원 예산 삭감 파동을 보고 주민자치에 대한 시민 참여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실히 느꼈습니다.”

21일 오후 3시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의회 청사. 교육 관련 시민단체인 ‘대전 교육희망 네트워크’(대표 서창원 충남대 교수) 주관으로 학생과 학부모 25명이 시의회를 찾았다.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과 예산을 최종으로 심의 의결하는 기관인 시의회의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더 큰 목적은 시의회의 기능이 시민이 제대로 감시할 때에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대전시의회의 공립 유치원 예산 삭감 논란이 관심과 성찰의 기회를 불렀다.

○ 학생-학부모 25명 시의회 견학

공립 유치원 예산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2월 7일 시의회 교육위원회가 계수조정을 통해 예산을 삭감하면서 발생했다. 시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한 공립 유치원 34학급 증설과 통학버스 13대 운영 예산 9억5800만 원을 제출했는데 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이를 삭감한 것. 최진동 교육위원장은 “34학급을 증설하면 정교사가 모자라 10개 학급은 기간제 교사를 담임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법률적 근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통학버스 예산은 도심 유치원 위주 편성이라 삭감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전지역 학부모단체와 교육단체, 시교육청은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을 수 없다는 규정이 없고 교과부도 기간제 교사 활용에 대해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라며 시의회를 찾아 거세게 항의했다. 통학버스의 도심 위주 배치는 특수학급 어린이 등의 수요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본보 12월 5, 10, 18일자 충청-강원판 참조
대전 공립유치원 예산 깎이나
공립유치원 턱없이 부족한데… 대전시의회 이상한 예산삭감
대전시의회 삭감 유치원예산 2억…만장일치 복원

유일하게 예산 삭감에 반대표를 던졌던 박정현 시의원(비례대표)은 “대전 지역의 공립 유치원 비율은 35.6%로 전국 평균 53%에 비해 오히려 낮고 공립 유치원 원아 수용률도 14%로 전국 평균(26.4%)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 시의회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다”라고 비판했다. 학부모들과 교육단체 등의 거센 반발로 공립 유치원 예산은 지난해 12월 16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복원됐다.

○ 시민이 관심 가져야 시민 의제 반영

학부모들과 교육단체 등은 이번 예산 삭감 논란의 교훈을 이어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가 시민의 의사를 거스르는 결정을 한 것은 그동안 시민들의 무관심이 한몫을 한 것 아니냐는 반성에서다.

대전 교육희망 네트워크의 한명진 씨는 “시정과 의정에 시민참여를 촉구하고 이를 통해 건강하고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방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당시 내부에서 시의회의 각성을 촉구했던 박 의원은 방문객들을 맞아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공립 유치원 예산 논란을 사례로 들며 “학부모나 아이들이 모두 지자체나 의회에 관심을 가져야 원하는 의제들을 제대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라며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가 변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도 어려서부터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져 달라”라고 말했다.

시의회를 견학한 옥계초등학교 6학년 김수진 양(12)은 “공립 유치원이 많이 필요한데 시의회가 예산을 깎아 제대로 증설하지 못할 뻔했다고 들었다”라며 “시민의 감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대전 교육희망 네트워크는 앞으로 방학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공기관 견학 및 풀뿌리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예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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