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3배규모 개발, 자본금 증자 어려움 겪자 주민들이 연대보증 제안… 인천市도 지원 나서
“주민 의견과 상관없이 관광단지로 지정해 놓고 20년 넘게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막았어요. 이제 사업이 중단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됩니다.”
인천 용유도와 무의도 전 지역에 세계 최고의 관광복합도시를 만들기로 한 ‘에잇시티 조성사업’이 신규 증자를 둘러싸고 중단 위기에 놓이자 주민들이 자신의 땅을 담보물로 내놓기로 했다. ‘용유·무의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주민 대표 6명은 21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담보 제공을 발표하면서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개발 자본금 증자에 따른 연대보증’을 제안했다.
○ ‘개발 볼모’로 잡힌 주민들
주민대책위 상임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순식 씨(64) 역시 무의도에 소유한 수만 평을 담보물로 제공하기로 했다. 대표 6명에 속한 그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겪는 주민들의 애환을 최근 상세히 전했다.
“용유도와 무의도에 3000여 가구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이들 중 60% 정도가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 빚을 지고 있어요. 개발이 된다고 하니까 땅을 은행에 잡혀 자식 교육비와 결혼 비용 등으로 쓴 거지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이 지역 부동산 공시지가도 매년 5% 정도 떨어지고 있다. 특히 대출을 많이 받은 주민은 은행권의 상환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신 씨는 “건물을 신축한 사람은 대개 현금이 없기 때문에 대출금으로 이행강제부담금을 냈다”며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고 이자도 못 내게 되자 이들 중 상당수가 경매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관광개발사업이 속도를 내 보상금이라도 빨리 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해 10월 31일 관광개발을 주도하는 ㈜에잇시티, 한국투자증권과 재무적 투자 조달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31일까지 500억 원 규모의 1차 자본금 증자, 3월 30일까지 추가 500억 원 증자를 하도록 한 뒤 올해 말까지 이 지역 토지보상금 3조 원을 조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약속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 무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 최후 해법 찾기
마카오의 3배 규모인 용유도, 무의도 전 지역 79.5km²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총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에잇시티는 영국 SDC그룹이 3월 이전 1조 원을 투자하는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고, 세계적 호텔운영그룹인 켐핀스키도 11개 선도사업 중 특급호텔 신축 등 1개를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한 타당성조사보고서를 삼정KPMG를 통해 작성했고, 이를 근거로 한국투자증권이 500억 원의 증자금을 낼 예정이라는 것.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증자에 앞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증자한 자본금 500억 원이 잠식될 경우 인천시가 제3자에게 사업권을 매각하거나 인수 보전하는 내용의 약정(신용공여)을 해달라”고 시에 요청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를 거부했고 자본금 증자 납입 기한을 25일까지 연장해 주었다.
이러자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담보로 사업 추진을 독려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인천경제청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제3의 투자자를 끌어들이려 한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주민 땅을 담보로 자본금 증자에 대한 지급보증을 할 수 있다는 금융권의 긍정적 답변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도 주민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송 시장은 “7∼8년간 정부 승인을 거쳐 용유무의개발사업 계획이 확정된 상태”라며 “증식 자본금이 엉뚱한 곳으로 잠식되지 않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면 인천시도 최소한의 신용담보를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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