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진중공업 勞-勞갈등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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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2일 03시 00분


“동료가 처지를 비관해 최악의 선택을 한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빨리 장례라도 치르고 노사협의든 뭐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장 근로자들은 하루빨리 일터로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선각팀 직원 A 씨)

“일감이 없어 휴업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터가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휴업기간에 절실히 깨달았다. 강경 투쟁으로 근로자들만 피해를 봤다.”(휴업 중인 생산운영팀 사원 B 씨)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의 근로자 대부분은 회사 정상화가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최강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된 한진중 사태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복수노조 간 ‘노노(勞勞)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교섭대표 노조인 한진중 노조는 21일 “최근 최 조합원 사망 사건 문제 해결을 위해 금속노조 한진중지회 측에 공동 협의를 제안했지만 지회 측이 이를 거부했다”라며 “금속노조 투쟁의 진정한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진중 노조는 14일부터 두 차례 금속노조 한진중지회에 공문을 보내 장례 및 추모사업 추진에 관한 사항과 손해배상 청구 문제 등 현안에 대해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한진중지회는 “유족이 반대한다”라는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이는 소수의 강경주의자들이 자신의 조직관리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또다시 영도조선소를 ‘제물’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한진중 노조 측 시각이다.

한진중 노조는 “금속노조 측이 교섭대표 노조와의 협의를 거부한 채 동료의 불행한 일을 정치투쟁으로 변질시켰다”라며 “사망사건 이후 한 달여 동안 금속노조 조합원 11명이 탈퇴해 한진중 노조에 가입한 것은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와 요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한진중 지회는 “최 열사 유족에게서 장례 문제 등 교섭에 관한 일체를 위임받아 사측에 교섭을 제안했지만 사측이 거부해 진전이 없다”라며 “158억 원 손해배상 소송과 장례 문제는 친(親)기업 노조인 한진중 노조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배소는 사측에서 금속노조 한진중지회에 낸 것이고 최 씨도 지회 노조원이었기 때문에 한진중 노조에서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회는 이어 “사측이 손배소 철회, 최 열사 명예회복과 보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교섭에 적극 나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측인 한진중은 최근 ‘회사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통해 최 씨에 대해 애도를 표한 뒤 회사 방침을 밝혔다. 158억 원에 달하는 손배소는 2010년부터 계속된 파업 기간에 입은 직접적인 재산 및 금전 손해액이다. 조합 간부 등 개개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및 형사 고소 고발 건은 2011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회하에 합의한 대로 모두 취하했다. 또 복직 조합원의 순환휴직 문제는 국회 권고안대로 해고자 전원을 재취업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취업 당시 이미 일감이 없어 재직 중인 직원들도 순차 휴직 중에 있었던 만큼 재취업 직원들에 대해서도 휴업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한진중은 “일감 확보를 위한 소중한 불씨가 외부 세력의 무분별한 시위 등으로 꺼지지 않도록 시민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한진중공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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